[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43-205. 서울역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서울역은 떠남과 도착, 만남과 헤어짐의 장소다.
그러나 떠나지도 도착하지도 않고 누구를 특별이 기다리지도 않으며 서울역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곳을 집으로 삼고 사는 노숙인들이다.
서울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은 서울역을 '서'자를 빼고 '울역'이라 부른다. '서울역에 오면 누구나 한번은 우는 역'이라는 그들만의 줄임말이다.
서울역 노숙인은 두 부류다. 행색이 남루하여 누구나 노숙인으로 알아볼 수 있는 노숙인들과 겉보기엔 멀쩡해서 노숙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노숙인. 전자는 '보이는 노숙인'이고 후자는 '보이지 않는 노숙인'이다.
서울역에는 '보이는 노숙인'과 '보이지 않는 노숙인'이 존재한다.
겉모습만 다를 뿐 두 부류 노숙인 모두 사회와 동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보이는 노숙인이 대부분이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노숙인도 늘고 있다.
이들이 노숙 생활을 시작한 이유는 실직이나 사업 실패가 가장 많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서울역 노숙인의 52%는 실직 및 사업 실패, 16%는 가족 해체, 6.6%는 부채 및 신용불량, 10%는 질환 및 장애, 4.6%는 주거지 상실 등의 이유로 노숙의 길로 접어들었다.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노숙인이라고 모두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울역 노숙인 중 약 40%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길거리가 아닌 쪽방이나 쉼터 등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도 있다. 다만 수입이 적고 고용이 불안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숙인이 되면 건강은 나빠지고 장애의 확률도 높아진다. 서울역 노숙인의 경우 약 23%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서울역 근처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노숙인들.
이런 탓에 노숙인의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노숙인에게 죽음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어느덧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면서 겨우내 서울역 광장의 매서운 칼바람을 견딘 노숙인들도 조금씩 봄기운을 느낀다.
광장 모퉁이 양지바른 곳에 노숙인들이 자리를 깔고 앉는다.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김 씨, 매번 기침을 해대는 이 씨가 꺼낸 소주 한 병, 봉지과자 하나. 볼품 없지만, 이것만 있으면 울역 이야기 마당이 펼쳐진다.
"내가 한때는 잘 나갔는데 말야…"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술을 마시던 노숙인 두 명이 서울역 앞에서 다투고 있다. 말싸움으로 시작된 싸움은 끝내 거친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약해진 소주 도수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과거에 과거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확인 되지도 않고 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 이야기. 대화 주제는 늘 비슷하다. 시비가 벌어져 언성이 높아지면서 서로 자리를 박차기도 일쑤다.
하지만 서울역을 떠나진 않는다. 사회와 단절된 노숙인에게 이곳은 유일한 소통 공간이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에게 서울역은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깊게 보듬어 주는 엄마 품과도 같다.
그곳 서울역을 떠나지 못하는 우리의 또다른 이웃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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