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사진=WKBL 제공)
"영희 언니 나이까지 하고 싶어요."
우리나이로 이제 스물여덟. 하지만 박혜진(우리은행)은 이미 여자프로농구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통산 3회 MVP 수상. 정은순, 변연하와 동률이고, 이제는 정선민 신한은행 코치의 대기록(7회)에 도전한다.
불가능한 기록은 아니다. 주축 선수들의 건재에 백업들의 성장으로 당분간 우리은행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MVP는 집안 싸움이다. 막 전성기가 시작된 박혜진이기에 더 많은 MVP 트로피를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MVP 최다 수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박혜진은 손사래를 쳤다.
MVP보다는 MVP를 놓고 겨룬 팀 동료 임영희처럼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 박혜진의 꿈이다. 임영희는 우리나이로 서른여덟에도 박혜진과 MVP를 겨룰 정도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박혜진은 "영희 언니는 서른여덟인데도 MVP 후보로 오를 만큼 건재하고, 기량도 녹슬지 않았다"면서 "나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또 영희 언니처럼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 나이까지 하고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올 시즌 박혜진은 대단했다.
35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35분37초를 뛰면서 커리어 하이 평균 13.54점(전체 7위, 국내 2위), 5.11어시스트(전체 1위)를 기록했다. 리바운드도 전체 10위에 해당하는 5.71개를 잡았다. MVP로 손색 없는 기록이다.
박혜진은 "상복이 많아서 그런지 세 번째 받았다. 받으면 받을 수록 더 부담이 되는 상이다. 이번 만큼은 부담을 이겨내고, 이 상을 계기로 더 잘 했으면 좋겠다"면서 "같이 MVP 후보에 올랐지만, 양보해준 것 같은 영희 언니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겸손과 별도로 박혜진은 최고다. 앞서 2번(슈팅가드) 포지션에서 받은 두 차례 MVP와 달리 올 시즌은 1번(포인트가드)으로 변신해 MVP를 수상했다.
덕분에 농구를 더 즐기게 됐다. 또 농구를 보는 눈도 한층 성장했다.
박혜진은 "공부를 한 만큼 농구가 잘 되니까 재미가 생겼다. 농구를 더 알아가는 과정이니 자만하지 않고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 때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1번을 보면서 존쿠엘 존스나 영희 언니 등 같이 뛰는 선수가 워낙 좋아 패스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다. 패스가 잘 될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물론 경쟁자도 있다. 올 시즌 프로에 뛰어든 슈퍼 루키 박지수(KB스타즈)다. 박지수는 입단 첫 해 평균 더블-더블(10.41점 10.27리바운드)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