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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광장에 나선 암투병 해직기자의 웅변

    촛불집회 무대 오른 이용마 MBC 해직기자 "검찰·언론, 엉뚱한 사람들 충견 노릇"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첫 주말인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흔들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검찰과 언론이 자기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들의 충견 노릇을 한다"고 질타했다.

    지난 2012년 MBC 파업을 이끌다 해직된 이용마 기자는 현재 복막암으로 투병 중이다. 그는 사측인 MBC를 상대로 벌인 해고무효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했지만 여전히 해직 상태다.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스무 번째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이 기자는 "촛불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오늘 안녕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괜찮은 날이죠?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라고 운을 뗐다.

    "무려 열아홉 차례, 넉 달 반이고요. 연인원 1600만 명이 이곳에 나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 박근혜 한 사람, 대통령직에서 파면시켰습니다. 어찌 됐든 기쁘시죠? 그런데 이 얘기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박근혜가 물러난 것은 물러난 것이고, 이제 새로 시작했을 뿐이다' '새로운 시작이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쌓였던 온갖 사회적 적폐들을 이제 새롭게 청산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 많이 들으셨죠."

    이 기자는 "그동안 엄동설한을 뚫고 엄청난 인파가 이곳에 쏟아져 나왔는데, 앞으로 또 쏟아져 나와야 한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안 됩니다"라며 "바로 그렇게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제가 그 팁을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사회적 적폐를 청산하는 첫 번째 출발점은 검찰과 언론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지난 넉 달 반 동안 여러분이 이 자리에 나와서 '박근혜 물러가라'고 외쳤습니다. 그 목소리를 언론이 대신 냈다면, 여러분이 추운 겨울에 이 차가운 광장에 나올 이유가 있었겠습니까. 마찬가집니다. 검찰이 똑바로 일을 해서 이재용, 박근혜를 구속시켰다면 이 차가운 광장에 나올 일이 없었을 겁니다."

    ◇ "국민의 것은 국민에게 돌려줘라"

    그는 "검찰과 언론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섭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검찰과 언론은 과연 누구의 것입니까. 조중동, 재벌 전부 다 개인의 것이라고 칩시다. 하지만 검찰과 공영언론은 누구의 것입니까. 국민의 것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주인들이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검찰의 인사권, 공영언론사 사장의 인사권을 누구에게 맡겼습니까. 대통령과 일부 정치인들에게 맡겼습니다.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시죠. 대통령과 일부 정치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검찰과 언론이 그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인사권을 잘못 맡기는 바람에 검찰과 언론이 자기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들의 충견 노릇을 한 것입니다."

    "바로 이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사회적 적폐 청산은 어렵다"고 이 기자는 진단했다.

    "우리가 인정하고 싶든, 그렇지 않든 이번에 박근혜 게이트 어디에서 출발했습니까. 어찌 됐든 언론에서 출발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특검을 통해 박근혜 게이트의 진실을 일부나마 밝혀낼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검찰과 언론이 바로 서면 재벌 문제, 관료 문제, 기업 문제, 노동 문제 그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이 기자는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라며 "앞으로 언론과 검찰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왜 그렇게 못합니까. 대통령도 국민들이 뽑습니다. 그런데 검찰 총장, 왜 국민들이 못 뽑습니까. 공영언론사 사장 왜 국민들이 못 뽑습니까. 국민들이 그들을 뽑을 때 그들이 국민들의 눈치를 보게 돼 있습니다. 그래야 제대로 돌아갑니다. 이번에 박근혜가 탄핵을 당하면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위대한 국민의 승리다' '촛불의 승리다'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왜 이런 이벤트가 있을 때만 위대한 국민이 등장하고, 이벤트가 끝나면 국민은 사라져 버립니까. 국민이 왜 일상 속으로 들어오지 못합니까. 우리가 민주주의 제도를 좀 더 확대해서 공영언론사 사장을 뽑든지, 검찰총장을 뽑든지, 경찰총장을 뽑든지 바로 그런 과정 과정마다 국민들이 아래로부터 감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 그럼으로써 국민들이 아래로부터 권력기관을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바로 이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가 나아가는 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는 끝으로 "예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려줘라'"라며 "저는 하나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국민의 것은 국민에게 돌려줘라"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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