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여부를 밝히라는 여론의 촉구에도 버티다 19대 대통령 선거일정을 5월 9일로 지정하면서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것이지만 황 총리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서 범여권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서 두 번째 유력후보를 잃게 됐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황교안 권한대행은 왜 대선열차에서 자진하차 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달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사진=자료사진)
▶ 황 총리가 대선후보로 부각된 건 이른바 '반기문 효과' 아니었나?= 그렇다. 오래전의 얘기가 아니다. 반기문 전 총장이 2월 1일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그러자 곧바로 황교안 총리의 지지율이 급상승해 두자리 수로 올라섰다. 그러면서 범여권, 보수층을 아우르는 대선후보로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 이후 줄곧 10~15%대를 오르내리면서 가장 강력한 범여권 후보로 거론돼왔다.
▶ 그동안 줄곧 황 총리가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과도 예상대로 됐다?= 그렇다. 정치권이나 다른 언론에서는 황 총리의 출마가 유력하다고 전망했지만 일관되게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황 총리가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 이유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황 총리 스스로 "(출마의사가) 전혀없다"고 단호하게 밝혔고, 두 번째는 대통령의 궐위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데 또 대행에게 그 역할을 맡긴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는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 비록 직무정지 중이지만 건재한 상황에서 출마여부의 입장을 밝히는 자체가 도리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계속 출마할것이냐를 물었고 언론도 범여권 유력대선후보로 계속 거론하면서 자유한국당에서도 황 총리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이른바 '황교안룰'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진공동취재단)
▶ 왜 지금까지 버티다가 대선열차에서 자진하차 한거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기독교계,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의 출마요구가 워낙 거세다보니 고심이 컸을 것이다.
황 총리가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첫 번째는 당선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황 총리의 지지율은 10% 박스권에 갇혀있는데다 박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공동책임 여론이 높아지면서 10%의 벽도 무너졌다. 당선가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보니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당선 가능성을 타진하며 승부를 걸수 있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사실상 당선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늦었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장관과 국무총리로 재직하면서 공동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자유한국당의 경선룰 특혜 논란까지 겹치면서 막판까지 고심하다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권한대행이 또 대행에게 대선관리와 국정을 떠넘기는 건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는 후보에게 국민들이 표를 줄리 없지않겠나?
황교안 총리는 "저의 대선참여를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심판이 선수로 나설경우 공정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혹독한 비판에 직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자유한국당과 범여권 성향의 지지자들의 요구를 한방에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대선을 60일이내에 치러야 하는 만큼 선거일 공고를 미룰 이유가 없었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직후에 선거일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했겠지만 최소한 3월 14일 국무회의에서는 반드시 결정할 걸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황 총리는 청와대 참모진들의 사표를 반려하면서도 선거일 공고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고심했거나 최소한 지지층들에게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황 총리의 고교동창이기도 한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자유한국당이나 지지층의 출마요구가 워낙 거세다보니 불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최소한 고심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 번째는 현실적인 이유인데 문자로 해임통보까지 받았던 황 총리로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계속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황 총리는 이미 고교 동창이나 자신과 가까운 검찰 후배들에게 출마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능성도 없고 그렇다고 이후에 정당정치를 계속할 것도 아닌데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를 포기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5개월이면 짧은 기간이 아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강철구 대표는 "꽃가마를 태워주는 것도 아니고 풍찬노숙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이미 황 총리는 병역기피 논란과 전관예우 의혹 등 혹독한 검증이 예고돼 있는데다 건강문제까지 거론되면서 황 총리로서는 당연한 상식적인 결정을 한 것이다.
▶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이 황 총리에게 몰렸는데 황 총리의 지지율을 누구에게로 가게 될까?
= 예측하기가 쉽지않다. 반 전 총장의 지지층이 모두 황 총리에게 옮겨가지 않았듯이 황 총리의 지지층이 자유한국당의 특정후보에게 몰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유력한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수혜 대상자로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홍 지사는 친박들과는 거리를 둬왔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 또는 남경필 경기지사에게로 가거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로 분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층 중 극우성향의 강성지지자들은 오히려 김진태 의원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어차피 당선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친박의 존재감이라도 보여주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자유한국당에는 홍준표 지사 외에 이인제 전 의원과 김관용 경북지사 원유철, 안상수, 조경태, 김진태 의원 등 10여명이 출마선언을 했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어제(1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의 후보가 난립하는 걸 두고 '군웅할거'나 '잠룡들의 꿈틀거림'이라기 보다는 '도토리 키재기'니 '후보 모두의 지지율이 10%도 안 되는 잡룡'이니 하는 조롱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