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1일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을 방문했지만, 미수습자 가족들만 만난 뒤 유가족들은 피해 황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황 총리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있는 현장을 찾긴 취임 이후 처음이지만, 숙소조차 마련해주지 않아 현장에서 노숙중인 유가족들은 철저히 외면한 셈이다.
이날 오전 9시쯤 세월호 유가족들은 황 총리가 목포신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목포신항 정문출입구에서 황 총리를 기다렸다.
유가족들은 "3년 간 기다려온 가족들을 세월호 작업현장 근처에도 못 가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을 갈라놓은 상황에서 황 총리가 할 일은 하고 애타는 심정으로 기다려온 가족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신항 정문 앞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다린 유가족들은 끝내 황 총리를 만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황 총리측 경호관계자가 오전 9시 50분 쯤 유가족측에 "몇 명만 대표로 나와 면담을 가지자"고 제안했다.
이에 유가족 측은 "황 총리만 나오면 될 것을 왜 여러 사람이 가야 하느냐"며 "정문 앞에서 가족들과 간단히 면담을 갖 요구사항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황 총리측 경호관계자는 "상황이 정돈돼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유가족 측과 경호관계자의 대치가 이어지자 정문 앞에는 수십 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돼 유가족들을 막아섰다.
결국 황 총리는 유가족이 있는 신항 정문을 피해 다른 출입구로 들어가 현장을 둘러봤다.
이어 신항 보안구역 내부에 자리잡은 미수습자 가족들과의 면담만 가진 채 1시간 만에 현장을 떠났다.
유가족을 피해 예상경로를 벗어난 황 총리의 목포신항 방문에 경찰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경호의전을 맡은 전남청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들은 당초 황 총리가 가족들과의 면담을 가질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황 총리가 일정과 달리 다른 출입문을 통해 들어가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과정에서 '과잉 의전' 논란 역시 빚어졌다. 황 총리가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목포신항 일대엔 대대적인 출입통제가 이뤄졌다.
특히 황 총리의 동선과는 동떨어진 취재지원센터로 들어가는 취재진 차량도 진입을 막아서면서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