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만 해도 좋았는데...' KIA 김민식(오른쪽부터)이 12일 지난달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 SK와 경기를 앞두고 함께 이적한 동료 이명기와 SK 이홍구, 노수광과 같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인천=SK)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SK-KIA의 시즌 3차전이 열린 12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경기 전 훈련을 마친 KIA 포수 김민식은 다소 설렌 표정으로 SK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적 후 첫 친정 나들이기 때문이다. 김민식은 지난달 7일 이명기(외야수), 최정민, 노관현(이상 내야수) 등과 함께 SK에서 KIA로 이적했다. KIA에서는 노수광, 윤정우(이상 외야수), 이성우, 이홍구(이상 포수)를 보낸 4 대 4 트레이드였다.
SK에서 백업이었던 김민식은 KIA에서는 주전 마스크를 꿰찼다. 안정된 투수 리드에 10개 구단 포수 중 보살 1위(22개),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포수 중 도루 저지율 1위(45.5%, 22번 중 10번)에 오를 만큼 수비력도 빼어났다. 실책은 단 1개도 없었다.
김민식의 활약 속에 KIA는 리그 1위를 질주했다. 김민식은 공격에서도 타율은 2할3푼5리로 낮지만 득점권 타율 3할8푼9리로 알토란 활약(9타점)을 보였다. 타율 3할5푼6리를 기록 중인 이명기와 함께 성공적인 트레이드로 평가받았다.
그런 김민식은 이날 이적 후 처음 문학구장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김민식은 "아무래도 (친정팀을 상대하니) 기분이 야릇하다"고 멋쩍게 웃었다. 묘한 느낌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입단 뒤 처음으로 SK를 적으로 만나는 것이었다.
친정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났다. 김민식은 "이적 후 주전으로 출전하는 만큼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된 트레이드"라면서 "KIA도 1위를 달리고 있어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이적 뒤 경기에서 잘 하는 모습을 옛 동료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터. 이날 옛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김민식은 팀의 선발 포수로 나섰다.
'결승타 될 뻔했는데...' KIA 안치홍이 12일 SK와 원정에서 2호 선제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인천=KIA)
경기 중반까지는 김민식의 활약이 빛났다. 이날 선발 임기영과 함께 김민식은 5회까지 홈런 1위 SK 타선을 무득점으로 틀어막았다. 특히 1회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KIA 배터리는 박정권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 2~5회까지 삼자범퇴로 승승장구했다.
타선에서도 김민식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2회 안치홍의 선제 적시타 이후 1사 1, 3루에서 김민식은 2루 땅볼로 3루 주자 서동욱을 홈으로 불러들여 추가 타점을 올렸다. 4회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으나 김민식은 안타까지 날렸다. 이후 2-0 리드를 5회까지 지킨 것이다.
달콤하기만 할 것 같던 김민식의 친정 나들이는 그러나 씁쓸함도 번졌다. 6회 무사 1, 2루에 몰린 KIA 배터리는 최정을 풀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잡아내기는 했다. 그러나 김민식이 스타트를 끊은 2루 주자 조용호를 3루에서 잡으려고 던진 송구가 빠지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조용호가 홈을 밟아 KIA는 아쉽게 1점을 내줬다. 김민식의 시즌 첫 실책이 하필이면 승부처에서 나왔다. 흔들린 KIA 배터리는 후속 한동민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동점도 허용했다. 2사 후 박정권에게 2루타를 맞아 2, 3루에 몰린 임기영은 결국 마운드를 김윤동에게 넘겼다.
그러나 김윤동의 초구를 SK 포수 이재원이 역전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시속 147km 바깥쪽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순식간에 점수가 5-2로 벌어졌다. 임기영은 4실점했으나 김민식의 실책에 의해 자책점은 1개뿐이었다.
SK는 8회 김성현의 3타점 싹쓸이 2루타까지 터져 8-2로 승리, 2연패를 끊었다. KIA는 올 시즌 첫 3연패를 안았다. 김민식의 달콤쌉싸름했던 첫 친정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