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거물급 중진의원이자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의원은 홍석현 특사에게 “사드 비용은 미국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대로 사드 비용 부담을 한국에게 지우려고 하더라도 의회의 반발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홍석현 특사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20일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방미 특사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확실히 그 얘기는 하더라”며 “사드 비용은 우리가 내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홍석현 미국 특사가 방미 일정을 마치고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을 출해 귀국했다. (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과 28일 각각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드는 10억 달러(1조1200억원)짜리 시스템”이라며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여당인 공화당의 상원의원이자 군사위원장이 “사드 비용은 미국이 내는 것”이라고 단언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부담을 한국에 지우려고 할 경우 미 의회의 상당한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홍 특사는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사드는 한미 간의 문제지만 중국의 체면도 살려야 하는 문제”라며 “한미 간에 잘 협의해서 중국이 잘 빠져나올 수 있도록 방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방미특사단의 성과에 대해 홍 특사는 “워싱턴 조야의 생각을 상당히 비교적 정확하게 듣고 보고 가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지고 왔다”고 자평했다.
방미 특사단은 미국에 도착한 첫 날 곧바로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친서를 전달하고 15분 가량 면담했다. 면담에는 펜스 부통령과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동석했다.
또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는 북핵과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40여분 가량 깊은 대화를 나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존중한다”고 답했다.
특사단은 둘째 날에는 미국 상하원 의회 지도자들을 잇달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외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셋째 날에는 헤리티지 재단 등 싱크탱크, 워싱톤포스트 등 언론계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한편, 홍석현 특사는 특사 임무를 마친 뒤 행보에 대해서는 “이런 일(특사)이라든지 밖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나는 나라를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면서도 “직책을 맡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으로 나아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