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4일째인 12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통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통과를 요청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문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여야 경색 국면을 풀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문 대통령이 전날 음주운전 등 문제점이 확인된 인사들을 '선제적 공개' 카드를 사용하며 추가 지명하면서 정국이 더 냉각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권 지도부를 만나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직접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야권 지도부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 등 산적한 외교현안 등을 이유로 강경화 후보자 임명 동의도 재차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다만 시정연설에는 이런 내용을 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야권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선 것은 연이은 '읍소 전략'에도 야권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담 등 외교현안이 산적한 현실을 들어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간곡히 호소했고, 같은 날 문 대통령 역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찬 자리에서 "100% 흠결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 최선을 다해서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몸을 낮췄지만 야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국회 방문이 교착된 정국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왼쪽부터)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진=자료사진)
야권은 앞서 청문회를 진행한 강 후보자 등을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문 대통령에게 임명철회를 재차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산적한 외교 현안을 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전날 또 다시 '음주운전' 등 문제점이 있는 인사들을 인선한 상태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과 송영무 국방부 후보자의 주민등록법 위반 사실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임명 의지를 드러냈다.
청와대는 조 후보자에 대해 "노동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아 각종 현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이유를 밝혔다. 조 후보자의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사고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자세한 음주운전 경위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답이 나올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송 후보자의 주민등록법 위반에 대해서도 "군인의 특성상 발생한 문제로 파악했다"며 "법적 용어로는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청문회 정국에서 '위장전입'인지 아닌지가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자세한 주민등록법 위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송 후보자는 다만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시기적으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1989년 경에 군인공제회에서 대전에 아파트를 분양했는데 신청 조건이 그 곳에 주민등록이 돼 이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주소지를 옮겼다"고 해명했다.
아파트를 구입한 경위에 대해서는 "1988년에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투병하시고, 둘째 딸도 암투병으로 고생하던 시기였다"며 "군에 있으면서 효도도 못하고 아이도 못기르고 해서 전역을 생각하고 고향에 아파트나 한채 살까 고민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런 행보는 앞서 강경화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선제적으로 '위장전입' 사실을 공개했지만, 이후 강 후보자의 해명을 두고 '거짓해명 논란' 등 추가적인 논란 발생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고위공직자 배제 5대 원칙에 어긋난 인사를 계속 발표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김성원 대변인)"며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고, 국민의당은 "음주운전은 5대 인사원칙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묵과할 수 없는 범죄로 선제적 고백이 곧바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김유정 대변인)"라며 견제에 나섰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이 이날 국회 방문에서 야당 지도부에 대한 설득에 실패할 경우 경색된 정국이 급랭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