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최근 결혼 연령이 크게 높아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나이 많은 아버지를 둔 아들이 공부를 잘 하는 수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공립대와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 '시버 자폐증 연구·치료센터'(Seaver Autism Center) 공동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쌍둥이 조기 발달 연구'(Twins Early Development Study) 결과를 20일(현지시간) 의학저널 '중개 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에 발표했다.
12세가 된 영국계 쌍둥이 1만5000쌍을 대상으로 비언어성 IQ,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욕구(사회성), 집중력과 같은 행동 및 인지 분야를 '괴짜지수'(geek index)로 측정한 결과 고령의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남자 아이는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더 지적이며 관심사에 높은 집중력을 보이고 남들과 어울리는 일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괴짜(geeks) 성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이전 연구에서는 고령의 아버지를 둔 자녀에게서 자폐증과 정신분열증 등의 유전적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있었지만, 고령의 아버지를 둔 아이들이 공부나 직업적인 환경에서 또래 아이들보다 특별한 이점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결과여서 눈길을 끈다. 특히 남자 아이의 경우 자라면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받았다. 이같은 특성은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자격·고용에 대한 통제에서도 지속되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2016년 조지타운 대학 연구팀은 남성의 나이와 생활 습관이 자녀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 40세 이상 남성의 아이가 30세 이하 남성의 아이보다 자폐증이 생길 위험이 6배나 높다고 발표했다. 고령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전달된 대립유전자, 즉 변이된 유전자의 영향으로 자폐증과 같은 잠재적 심신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였다.
킹스 칼리지 런던 연구팀의 막달레나 자네카 박사는 "그동안 고령의 아버지가 아이에게 유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우리의 연구 결과는 고령의 아버지를 둔 아이에게서 더 나은 이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 아이들이 더 나은 학습 능력과 더 좋은 직업적 전망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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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또, 비록 이 연구가 환경적 요인을 직접적으로 조사하지 않았지만 고령의 아버지가 상대적으로 젊은 아버지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직업적 경력도 많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녀가 더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하며 더 나은 학습 환경을 가질 수 있는 잠재적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또, 고령의 아버지, 자폐증, 일반적인 '괴짜'에게서 보여지는 특징들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연구팀이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없었지만, 괴짜 성향과 자폐증에 연관된 몇몇 유전자들이 서로 중첩되어 있고, 그 유전자가 고령의 아버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제네카 박사는 다만 "그 특징적인 유전자의 일부만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공부를 더 잘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의 아버지에게 있을 이 중첩된 변이 유전자를 너무 많이 물려받으면 자폐증 유전 위험처럼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자폐증이 유전적 잠재성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특정 백신에 들어있는 성분이 영유아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의 비과학적 편견을 없애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연구에서 어머니의 나이는 자녀의 지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아들과 달리 딸은 어느 부모의 나이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연구팀이 설계한 '괴짜지수' 측정치에 따른 결과로 부모 연령에 따른 다른 위험 요소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 연구자는 "이번 연구는 유전학과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밑거름"이라며 "우리 사이에 자폐아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무지가 가득차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