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기만 오면' 롯데 강민호가 5일 삼성과 원정에서 4회 홈으로 쇄도하다 상대 포수 나원탁의 태그에 아웃되고 있다.(포항=삼성)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롯데의 시즌 8차전이 열린 5일 경북 포항구장. 경기 전 조원우 롯데 감독은 포항 경기에 대한 불평(?)을 살짝 드러냈다. 왜 유독 롯데만 포항 경기가 많은가에 대한 것이었다.
조 감독은 "사실 포항구장은 요즘 거의 없는 인조잔디 구장"이라면서 "부상 위험이 있어 선수들이 꺼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롯데는 지난해도 왔는데 올해 또 포항 경기가 있다"고 입을 내밀었다.
포항구장은 삼성의 제 2의 홈 구장으로 2012년 개장했다. 청주(한화), 울산(롯데)처럼 제 1 홈 구장 이외의 연고지 팬들을 위해 더러 경기가 열린다. 해당 자치단체의 요구도 있어 구단으로서는 외면하기 어렵다. 포항에서는 2012년 개장 당해에는 12경기까지 열렸지만 신축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가 지난해 개장하면서 올해는 6경기만 열린다.
두 차례 포항 시리즈 중에 롯데가 걸린 것이다. 2014년부터 4년 연속 영일만에 온 롯데다. 이에 대해 삼성 구단 관계자는 "사실 롯데와 포항 경기가 많은 것은 연고지가 가깝기 때문"이라면서 "아무래도 부산 팬들이 찾기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롯데 관계자도 "구단 사이에 합의를 한다"면서 "우리도 올해 울산 경기에 대구가 연고지인 삼성이 온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은 2014년 울산에서 2014년 3연전을 치른 뒤 3년 만에 온다. 당시 롯데는 삼성에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이런 설명에도 못내 아쉬움을 남는 듯했다. 조 감독은 "(경남 창원이 연고지인) NC도 있는데 왜 우리만 오느냐"고 입맛을 다셨다. NC는 지난 2013년 창단 첫 해를 비롯해 포항에서 4경기를 했다. 롯데는 올해까지 12경기를 치른다. 9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조 감독의 불만은 롯데의 낮은 포항 승률에도 기인한다. 롯데는 포항에서 전날까지 10경기에서 2승8패에 허덕였다. 포항을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롯데는 라이온즈 파크 개장 이후 삼성과 4승4패로 맞서 있다. 조 감독은 "라이온즈 파크는 정말 좋은 시설을 갖춰 경기하기도 좋다"고 칭찬했다.
'또 롯데냐' 삼성 이승엽이 2015년 6월 3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역대 통산 최초의 400홈런을 때려낸 뒤 홈을 밟는 모습.(자료사진=삼성)
특히 롯데는 포항에서 2015년 6월 3일에는 '국민 타자' 이승엽에게 통산 400홈런까지 내준 아픈 기억이 있다. 조 감독은 "당시 첫 경기인 2일 이승엽의 2루타가 홈런이 됐어야 했다"면서 "그래서 그 시리즈를 말려 스윕패를 당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이런 불만에도 롯데는 조 감독이 지난해 사령탑을 맡은 뒤에는 달랐다. 지난해 롯데는 포항 7연패를 끊는 등 2승1패를 거뒀다. 차츰 포항의 아픈 기억을 지워가는 듯했다.
하지만 전날 경기에서 롯데는 '포항의 사나이' 이승엽에게 홈런 2방을 맞고 2-4로 졌다. 이날도 롯데는 포항의 아픔이 되살아났다. 일단 롯데는 경기 초반 두 번의 비디오 판독이 모두 실패하며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롯데는 6회 신본기의 2타점 적시타로 3-2로 역전하며 지난주 4승1무의 기운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7회말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필승조 장시환이 나원탁에게 2루타를 맞은 데 이어 강한울의 보내기 번트 처리가 늦어 내야안타를 내줬다. 이어 배영섭의 적시타, 구자욱의 희생타, 이원석의 밀어내기 볼넷 등으로 대거 3실점하며 3-5 역전을 허용했다.
롯데는 9회 2사 2, 3루에서 이대호가 극적인 2타점 적시타를 날려 5-5 동점을 만들기는 했다. 그러나 또 다시 포항의 기운이 롯데를 밀어냈다. 삼성은 9회말 1사 1루에서 이원석의 빗맞은 안타로 1, 2루 득점권을 만든 뒤 조동찬의 끝내기 안타로 6-5로 이겼다.
삼성은 2연승을 달리며 포항에서 43경기 33승10패의 절대 강세를 이어갔다. 반면 롯데는 2승11패, 포항의 악몽이 이어졌다. 삼성의 포항 승률을 넘는 패배 확률이다. 이래저래 포항이 싫은 롯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