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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직무 유기' KBO는 대체 누가 징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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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백한 직무 유기' KBO는 대체 누가 징계하나요?

    두산 구단 대표와 심판원의 부적절한 돈 거래 파문은 이를 알고도 묵인에 가깝게 처리한 한국야구위원회(KBO) 때문에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KBO 구본능 총재.(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잘못은 심판과 구단이 저지른 게 맞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있다. 심판과 구단 고위 관계자의 부적절한 돈 거래 파문은 그동안 각종 위반 행위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KBO가 키운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두 번이나 위반 사항을 감추려고 한 구단을 봐주려고 한 부분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KBO는 2일 전직 심판의 금품 수수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모 언론 매체 보도가 나오면서 사태가 커지자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KBO는 "지난해 모 언론의 최초 보도 후 10개 구단에 KBO 소속 심판위원과 금전적인 거래가 있었는지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면서 "그 결과 1개 구단으로부터 지난 2013년을 끝으로 퇴사한 한 전직 심판위원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주었다는 구단관계자가 있다는 공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부분이었다. 심판원과 구단 관계자의 이름까지 나왔다. 심판에게 돈을 건넨 두산 김승영 구단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문까지 내놨다. KBO도 보도자료에서 "KBO 소속 심판위원과 구단 관계자 간에 금전거래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야구 관계자 및 팬들에게 정중하게 사죄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애초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묻힐 뻔한 사건이었다. 당초 KBO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상벌위원회를 지난 3월28일에 열어 조치를 취했다. 상벌위는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야구규약 제155조 '금전거래 등 금지' 제 1항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비공개 엄중경고 조치했다"는 게 전부였다.

    처벌의 경중도 문제지만 명백한 규약 위반임에도 이를 비공개로 다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한 마디로 쉬쉬하며 넘어갔다는 것이다. 승부 조작까지 의심될 만한 정황임에도 공개는커녕 은폐하려 한 모양새다.

    3년 전 KBO 심판원에게 부적절하게 돈을 건넸다가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자 사의를 표명한 김승영 전 두산 구단 대표.(자료사진=두산)

     

    물론 이유는 있다. KBO는 "해당 심판원이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복수의 야구계 지인들에게 금전 거래를 한 소문과 정황이 있었기에 해당 구단 관계자 역시 그 일부의 피해자일 수 있어 개인의 입장을 고려한 후 법적인 해석을 거쳤다"고 비공개 경고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돈을 건넨 시점에서 승부 조작 여부와 관련해 철저하게 모니터링했지만 경기에서 의심스러운 판정은 없었다는 것도 덧붙였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KBO는 내부에서만 조용히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을 테지만 지난해 이미 보도가 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에 대한 보고서를 요청한 상황이다. 언제든 언론을 통해 공개될 사안이었지만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KBO다.

    당초 해당 심판원과 금전적 거래 의혹이 있던 팀은 또 있었다. 이날 모 언론을 통해 넥센이 심판원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졌다. 금전적 접촉 구단은 두산뿐이라던 KBO는 "넥센도 접촉만 했을 뿐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자진신고를 철회해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KBO는 지난해 7월 NC 이태양, 넥센 문우람 등이 연루된 승부 조작 사태와 관련해 클린베이스볼센터를 신설해 각종 부정행위 척결을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어떻게 보면 두산과 심판원의 금전적 거래는 KBO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성과일 수 있다. KBO가 리그의 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KBO는 명백한 위반 행위에도 비공개 징계를 결정하면서 스스로 의혹을 키웠다. 물론 KBO 리그 흥행에 악재가 될 만한 내용을 굳이 공표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더욱이 KBO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진출 실패로 리그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깨끗한 리그를 팬들에게 약속했음에도 사건을 덮으려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다. 지난 3월 상벌위를 연 KBO는 "경기 조작과 불법인터넷 도박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NC 구단에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벌금 5000만 원, 투수 진야곱의 불법인터넷 도박 사실을 인지하고도 그를 경기에 내보낸 두산 구단에 2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한다"고만 밝혔다. 김승영 대표와 심판원의 부적절한 돈 거래에 대한 발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지난해 불법스포츠 도박 사실을 구단이 인지하고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출전을 이어갔던 두산 좌완 진야곱.(자료사진=두산)

     

    특히 두산은 지난해 진야곱의 도박 사실을 알고도 경기에 내보낸 전력이 있었다. 두산은 소속 선수의 불법 행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KBO에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경기에 출전시켰다. 그러다가 경찰 수사가 발표된 지난해 11월에야 두산은 뒤늦게 사과했다. 선수의 출전 여부를 결정한 두산 수뇌부는 심판과 부적절한 돈 거래라는 리그 규약까지 위반한 것이다.

    결국 김 대표는 심판원과 돈 거래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두산은 이를 수리하고 3일 신임 전풍 사장 내정을 발표했다. 만약 김 대표가 위반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KBO도 이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했다면 두산 구단은 대표가 불명예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KBO의 비리 예방과 적발, 징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다. KBO와 두산은 지난해 진야곱과 관련해 신고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KBO가 의욕적으로 클린베이스볼센터를 설치했지만 무늬만 그럴싸한 시스템이었던 점이 여기저기서 드러난 꼴이다.

    이런 가운데 승부 조작 의혹이 또 터졌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3일 프로야구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포항과 대구의 조직폭력배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2014년 5월 일부 선수에게 3000만 원을 제안해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다. 3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KBO의 시스템에서는 걸러지지 않은 사건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요란하게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던 KBO. 그러나 정작 과감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국민 스포츠' 프로야구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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