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독립PD협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EBS의 외주 제작 다큐멘터리 연출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 중이던 박환성·김광일 독립PD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도와 함께 불합리한 외주제작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독립PD협회 송규학 회장은 19일 "한국독립PD협회 정회원인 박환성 PD와 김광일 PD가 14일(금) 오후 8시 45분(한국시간 토요일 오전 3시 45분) EBS '다큐프라임 - 야수와 방주' 제작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고 박환성·김광일 PD는 사고 당일 저녁 남아공에서 프로그램 촬영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비보를 접한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는 제가 아는 최고의 동물다큐멘터리 PD였습니다. 박환성PD"라며 "독립PD로서 늘 해외의 가장 어려운 촬영 현장을 온 몸으로 견디며 진귀한 자연의 영상을 선사해오던 사람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지상파 방송사들의 갑질을 견디기도 하고, 때로는 가장 앞자리에서 싸우면서도 프로그램에서는 늘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그와 동료 김광일 PD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운명은 참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밤 늦은 시간에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못하고 스스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더욱 가슴 아프다"고 전했다.
'길바닥 저널리스트' 박훈규 PD도 같은 날 "독립피디들이 좋은 작품을 내놓으면 고혈을 빼먹듯 협찬 명분으로 정부지원금까지 빼먹을 줄만 알았지, 정작 자기들 프로 만들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한푼이라도 제작비를 아끼다 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외면까지 당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말이 되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저 이들이 단순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것에 혀 끝만 찰 게 아니라 방송사들의 갑질 열악한 제작환경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아프리카에서 동물 다큐를 찍는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밤에 장거리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위험한 환경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저녁 8시가 넘어 교통사고라니요. 빠듯한 제작비 때문에 촬영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낮 촬영과 밤 운전을 반복하면서도 운전기사를 고용하지도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고 박환성 PD는 남아프리카로 떠나기 직전,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사이의 제작비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고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공정한 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했던 PD였다"며 "정부지원금과 관련해 오랜 관행이었던 방송사 간접제작비 납부 문제를 제기했던 것을 기억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고인의 뜻에 따라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독립PD들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환성·김광일 PD 사망에 대해 EBS는 20일 "두 PD의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하며, 고인들을 한국으로 모셔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독립PD협회, 유가족들과 함께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외교부 및 현지 대사관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독립PD협회는 현재 두 PD를 한국의 가족들 곁으로 데려오기 위한 비용을 모금 중이다. 모금계좌는 신한은행 140-009-158111(예금주 사단법인한국독립피디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