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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정청래-철학자 탁석산 '적폐청산 방법'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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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가 정청래-철학자 탁석산 '적폐청산 방법' 설전

    "일부터 제대로 해야 적폐청산 기회도" VS "일과 적폐청산 동시 진행돼야"

    (사진='판도라' 방송 화면 갈무리)

     

    색깔 있는 통찰로 한국 사회의 맹점을 진단해 온 철학자 탁석산이,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주요 과제인 '적폐청산'의 방법론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정청래와 대립각을 세웠다.

    탁석산은 지난 20일 밤 방송된 MBN '판도라'에 특별 출연해 "(불교 용어에) '파사현정'이라는 말이 있다. '잘못된 것을 없애면'(파사), '올바른 것이 드러난다'(현정)는 뜻"이라고 운을 뗐다.

    "우리는 파사현정에서 순서, 패턴을 잘 봐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뭔가 올바른 것, 그러니까 개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옛날에 잘못된 것을 다 없애려한다. 적폐청산을 다 하면 올바른 것이 드러날 것이라고 여기고 열심히 한다. 이런 현상은 이번 정권뿐 아니라 모든 정권이 해 왔다. 예전에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났을 때에는 정치깡패들 (검거),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삼청교육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 이런 식으로 해서 잘못된 것을 없애면 나라가 바로 선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그것이 잘못됐다고 본다. 순서가 바뀐 것이다."

    그는 "적폐청산을 하다가 (정부가) 기운을 다 뺀다. 그러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냐 하면, 권력의 속성상 (개혁은) 1년 안에 해치우지 않으면 못한다고들 말한다"며 "그러다 보면 무리한 수를 두게 된다.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1년이 지나면 정권의 힘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제가 권하는 방법은 ('파사'보다) '현정'을, 그러니까 처음부터 일을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집에 바퀴벌레가 있다. '바퀴벌레를 다 때려잡으면 집이 깨끗해지겠다'고 생각하는데, 때려잡는다고 바퀴벌레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없어 보이지만, 또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근본 대책은 바퀴벌레가 서식할 수 없도록 환경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햇볕을 들게 하고 구석진 곳을 없애고 약을 뿌리면, 바퀴벌레들이 '이 동네는 우리가 살 곳이 아니'라며 간다."

    탁석산은 "'현정', 그러니까 일을 제대로 하면 그 다음에 적폐청산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적폐는 자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예를 들어 국정원 문제가 생겼을 때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 '사찰 안하겠다'고 얘기해 봐야 소용 없다. 아무 말도 안하는데 2년 정도 지나고 보니까 '이 정부는 사찰 안한다' '정말 국내 정치에 개입 안한다'고 소문이 다 난다. '이 정부는 제대로 일을 하는구나'라고 여기게 되면 사람들이 '이 정부 지지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집권 4년차에도 지지율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그럴 때 바퀴벌레를 잡아야 한다. 여태까지 잘해 왔다는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적폐청산을) 할 수 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적폐청산한다고 애를 쓰니까 저쪽에서 반격을 한다. '너희는 적폐 아니냐' '너희도 해당된다'는 식"이라며 "그러면 (적폐 대상에게) 명분을 주는 것이다. 나중에 가면 (국민들 생각은) '여나 야나 다른 게 없다'고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바퀴벌레 돌아다니면 일단 에프킬라는 뿌려야 할 것 아닌가"

    이에 정청래는 "저렇게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하나의 확정적인 시각일 수 있다"고 선을 그으며, "'파사현정' 또는 '현정파사'는 분리 될 수 없다.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적폐를 청산해야 지지율이 올라가고 그 지지율로 생긴 힘을 바탕으로 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바퀴벌레가 살지 못하는 환경을 조성하자고 하면, 문재인 대통령 5년 임기 동안 못한다. 그 환경을 어떻게 다 만드나. 대한민국 금수강산을 다 만들어야 되는데. 그러면 20, 30년 걸린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적폐청산을 일단 시작해야 하는데,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면 일단 에프킬라는 뿌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방에는 못 들어오게 해야 공부를 하든, 국정을 논하든 할 수 있지 않나."

    그는 "지난 촛불시민혁명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박근혜 퇴진' '적폐청산'이었다. 이것은 국민적 요구이고 시대의 흐름"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터 하고 4년차에 적폐청산을 하겠다'? 그러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탁석산은 "이번 정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면 적폐청산 밖에는 없다. 적폐청산을 넘어서서 이 정부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니까 항상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먼저 제대로 하고, 그 다음에 그 지지율을 등에 업고 마지막 4, 5년차에 적폐를 청산하면, 대통령에게 힘이 생기기 때문에 후계자를 지명할 힘도 생긴다. 그래야만 정권의 연속성도 생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돼 있냐를 보면 4년차 가면 이미 다 대통령의 힘이 없잖나. 레임덕이 시작되잖나. 그 다음에는 다시 권력의 공백 상태로 중구난방인 것이다. 그 다음에 '대세론' 대통령이 탄생하면 또 1년 동안 적폐청산에 매진한다. 그러다가 힘 다 빠지는 일이 반복된다."

    ◇ "대통령께서 반대할 줄 아는 참모 두셔야 한다"

    반면 정청래는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만 하는 것처럼 보이신다고 했는데, 저는 왜 (문 대통령의) 일하는 모습이 안 보이시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이었다.

    "초창기 '내 밥값은 내가 내겠다'고 했다. 이것은 적폐청산이 아니라, 대통령의 일하는 모습을 통해 공무원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초등학교 가서 아이가 사인 받겠다고 하니 쪼그려앉아서 기다리고 있고, (국민 정책제안공간인) '광화문 1번가'를 설치해 정책을 수십 만 건을 받지 않았나. 법률적인 논쟁이나 여야 대립 없이 대통령 업무지시로 할 수 있는 국정교과서 폐지 등도 일하는 모습이다."

    그는 "적폐청산 부분은 오히려 필요한 기관들에서 알아서 자기들 프로그램대로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집무실에 일자리 창출 현황판 놓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게 할까, 어떻게 하면 소득 주도 성장을 일으킬까 (고민하는) 이런 것이 다 일이지 않나. 그게 적폐청산은 아니잖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탁석산은 "일리 있는 말씀이다. 대통령의 겸손한 얼굴과 낮은 자세 좋다. 저도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일이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경제와 안보다. 대통령이 다룰 문제는 굵직한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다운 일, 대통령이 꼭 해야 할 일을 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청래는 "그것은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5000만 국민의 생각이 다 다르다"고 지적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이 필요한 것이다. 헌법이 정해놓은 대로 하자는 것이다. (헌법 제69조 대통령 취임 선서문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하여'라는 것이 모두 대통령의 업무다. 국정교과서를 없애는 것, 블랙리스트를 없애는 것은 모두 헌법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이것은 추론이 아니라, 확정적인 헌법적 가치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지금 (취임) 두 달 밖에 안 됐다. 상식선에서 막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일하게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그리고 6개월이 지났든, 1년이 지났든 그때 가서 비판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출범한지 두 달 밖에 안 됐다. 그러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탁석산은 끝으로 "한 가지 충언을 드리자면 대통령께서 반대할 줄 아는 참모를 두셔야 한다. 그렇게 되면 조금 더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정청래는 마지막 짦은 정리 멘트를 통해 탁석산의 전반적인 의견에 대해 "현실에 초연한 철학자의 생각은 그럴 수 있겠다"라고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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