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사진=노컷뉴스DB)
류현진(LA 다저스)가 어깨 수술 이후 가장 눈부신 호투를 선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좌완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에게 밀리지 않는 투구 내용이었다. 황재균과의 맞대결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선배'의 위용을 뽐냈다.
류현진은 31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동안 탈삼진 7개를 솎아내며 5피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로써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4.17에서 3.83으로 떨어뜨렸다. 4⅔이닝 2실점을 기록한 시즌 첫 경기 이후 류현진이 시즌 평균자척잼 3점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눈부신 호투에도 승리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서있는 동안 샌프란시스코의 간판 투수 매디슨 범가너가 다저스 타선을 꽁꽁 묶었기 때문이다.
류현진과 매디슨 범가너의 기록은 정확히 일치한다. 범가너도 7이닝동안 5피안타 1볼넷 탈삼진 7개를 기록했다. 류현진의 호투는 그만큼 대단했다.
류현진의 땅볼 유도 능력과 야수들의 호수비가 뒷밤침된 결과다.
류현진은 병살타를 두 차례 이끌어냈다. 3회초 무사 1루에서 투수 범가너를 3루 앞 병살로 처리했다. 4회초에도 선두타자 조 패닉을 안타로 내보냈지만 헌터 펜스를 2루 앞 병살타로 잡아내고 순신간에 아웃카운트 수를 늘렸다.
압권은 7회초 수비에서 나왔다.
6회까지 샌프란시스코 주자의 2루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던 류현진은 7회초 들어 패닉과 헌터 펜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류현진은 4번타자 버스터 포지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그 사이 1루주자 패닉이 3루까지 갔다. 브랜든 크로포드는 중견수 플라이를 쳤다. 이때 다저스 중견수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완벽한 송구로 홈에서 패닉을 잡아냈다.
또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두 가지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올시즌 유독 약한 좌타자와의 대결에서 선전했고 장타 허용을 최소화했다.
류현진은 경기 시작부터 달라진 볼 배합을 예고했다. 1회초 선두타자 데나드 스판을 상대로 체인지업 2개를 던져 삼진을 잡았다. 결정구 역시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은 보통 오른손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을 던진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가 절묘하다. 바로 그 조합을 앞세워 황재균을 압도했다. 황재균은 류현진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내야 땅볼과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왼손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던졌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예상을 못했는지 헛스윙을 연발했다.
류현진은 왼손타자 패닉에게 안타 2개를 맞았지만 모두 단타였다. 류현진은 이날 단 1개도 2루타 이상의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올해 잘 던지다가 장타 한방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좌우 코너워크, 특히 변화구 제구력이 좋아 샌프란시스코의 장타를 억제했다.
류현진은 7회까지 85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7회말 투수 타석 때 득점 기회가 오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대타로 교체했다.
사실 류현진에게 맞대결 운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40승65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팀이다. 특히 타격이 약하다. 팀 OPS(출루율+장타율)가 0.677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차려진 밥상을 잘 먹는 것도 능력이다.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그야말로 압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무실점 호투를 펼친 것은 올시즌 처음이자 어깨 수술을 받기 전인 2014년 8월 LA 에인절스전 이후 처음이다.
반대로 류현진에게 불운도 있었다. 상대 투수가 너무 강했다. 당초 범가너는 이날 선발투수가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경기를 하루 앞두고 선발투수를 맷 케인에서 범가너로 바꿨다.
비록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와 브랜든 맥카시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다저스의 선발진 내에서 입지를 굳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눈부신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