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등록을 마친 후보들이 14일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첫 TV토론회에 나섰다. 왼쪽부터 안철수, 정동영 천정배, 이언주 후보.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당 당권 경쟁 과정에서 '안철수 지방선거 차출론'이 제기되면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생길 경우에 각 당 셈법도 복잡해져 정치권이 국민의당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천정배가 제기한 서울시장 차출론에 安 의외의 대답 "뭐든 하겠다"
'안철수 차출론'은 당권 경쟁자인 천정배 전 대표가 제기했다. 천 전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경쟁력 있는 당의 자산들이 전략 승부처에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요청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천 전 대표는 다음날 국민의당 당권 주자들간의 첫 TV토론에서는 좀더 직접적으로 안 전 대표에게 출마를 권했다. 천 전 대표는 "제가 대표가 되면 지방선거에서 안 후보가 전략적 승부처에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를 곤란에 빠트린 질문이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예상밖이었다. 안 전 대표는 천 전 대표에게 "진용이 갖춰진 다음에 지방선거에 돌입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일은 뭐든 하겠다"며 "당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각오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서울시장 등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것이다.
한 당의 대선 후보가 승리가 확실치 않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가 "뭐든 하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주목되는 발언이다.
▷ 박원순 시장 측 내심 긴장,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에 영향줄까
박원순 서울시장 자료사진.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들은 '안철수 차출론'을 신경을 안 쓸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 전 대표의 출마설은 그 자체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차출론은 박 시장에게는 불리할 수도 있다"면서 "처음에 후보직을 양보 받았던 만큼 '빚 갚으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 시장 측도 안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당 안팎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모 서울지역 초선 의원은 "대선 후보로 나갔던 사람을 서울시장 후보로 떠미는 것은 본인에게는 너무 큰 희생이기 때문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아직은 이른 얘기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어찌됐건 실제 출마 여부를 떠나 박 시장 외에 서울지역의 다선 의원들 3~4명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안철수 출마론은 그 자체로 민주당 후보군들의 출마 결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반면, 바른정당은 안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에 내심 주목하고 있다.
바른정당의 한 최고위원은 "현재는 당 지지율을 8월말까지 최대한 끌어올리고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그 이후 서울시장 등 지방선거 전략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며 "국민의당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연대할지 여부도 카운터파트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수 있어 일단 전당대회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