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박근혜정권 '블랙리스트' 사건의 샴쌍둥이인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권력형 비리 수사가 주특기인 특별수사부 검사들이 넘겨받으면서 수사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건을 재배당받은 부장검사는 블랙리스트 수사 경력까지 갖췄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블랙리스트 수사를 담당했던 양석조 부장검사가 검찰로 복귀해 이번 검찰인사에서 특수3부장으로 보임됨에 따라 그동안 형사1부에서 수사해왔던 화이트리스트 사건 일체를 오늘 특수3부로 재배당해 특수3부에서 수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박근혜정권 청와대가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 우익단체에 금전 지원을 하고 '관제 데모'를 사주했다는 게 골자다. 우익단체 지원에는 전경련 돈이 쓰였다. 비판적 문화예술인들을 정부지원 대상에서 배제해 돈줄을 말린 블랙리스트 사건과는 동전의 양면이다.
사건은 당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지난 3월 배당됐다가 5개월만에 특수3부로 인계됐다. 특검팀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전경련을 압박해 우익단체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을 확인하고, 지난 3월 검찰에 이첩했다.
수사 결과 청와대는 단체명과 금액까지 직접 지정하면서 2014년 22개, 2015년 31개, 지난해 22개 우익단체에 총 68억원 가량을 퍼주도록 전경련을 압박했다.
특수3부 재배당은 수사 확대의 신호로 해석된다. 고소·고발 사건이나 경찰수사를 주로 처리하는 형사부에서 권력비리·부정부패·재벌범죄 등 '거악'을 맡는 특수부가 칼자루를 쥔 이상, 이 사건을 '적폐'로 보고 청산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읽힌다.
수사에 가속이 붙을 가능성도 크다. 검찰 인사에 따라 17일부터 진용이 새로 갖춰진 특수3부로서는 사실상 첫 사건이고, 이같은 상징성을 감안할 때 특수3부가 수사에 의욕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부서 특성상 업무가 과중한 형사부에서는 수사 속도가 기대만큼 안 나온다"고 말했다.
수사 편의성의 측면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활동비 지원을 강요했다"는 전경련 임직원들의 진술, "좌파 지원은 많은데, 우파 지원은 너무 없다. 중앙정부라도 나서야 한다"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관련 지시를 한 사실 등 특검 수사자료 일체가 확보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청와대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박근혜정권 '청와대 문건'이 추가 수사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한편 양석조 특수3부장 개인의 자질·역량을 근거로 수사 성공을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양 부장은 특검팀 파견 기간 블랙리스트 수사를 맡아 성과를 낸 것은 물론, 순천지청 평검사 시절 수뢰 혐의 순천시장을 구속시키고, 중앙지검 특수1부 재직 때 알선수재 혐의로 이명박정권 '비선실세' 천신일 회장을 구속시킨 전력이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치밀하고 추진력이 있는데다, 젊은 검사답게 사명감에 차있다. 당대 최고의 검사라고 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