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송경진 교사의 미망인 강하정 씨가 23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 죽음의 진실을 밝히라고 강조했다. (사진=임상훈 기자)
학생들을 성희롱한 의혹을 받다 전북교육청 면담 통보 뒤 숨진 부안군의 한 중학교 교사 송경진(55) 씨의 유족이 상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 억울한 심정을 털어놨다.
숨진 송 교사의 부인 강하정(55) 씨는 '희생양이 된 남편', '교육당국의 뻔뻔한 거짓말'을 주장하며 죽음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 강 씨와 딸은 23일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죽고 며칠 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편은 희생양이었다"며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교육제도, 탁상에서 종이 한 장으로 처리하는 교육행정과 뻔뻔한 거짓말. 이런 것들을 다 개선하라며 남편이 죽음을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가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은 지난 18일 전북교육청과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조사과정에서 강압 등 문제점이 없다”고 밝힌 점을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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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는 "사법기관이 내사 즉시 종결할 만큼 죄가 성립되지 않는 사안이었지만 그들은 성희롱 등 갖은 죄명을 붙여 판단했다"며 "과연 그들이 판단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지, 제대로 된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사종결이 무혐의냐 아니냐를 따질 게 아니라 학생들의 진술이 달라진 것에 주목했어야 맞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7일 부교육감이 직권으로 고인의 명예회복을 시켜주고 조용히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한 지 16일이 지났지만 전화 한 통 받은 바 없다"며 "교육감도 흔한 위로의 한 마디, 흔한 조의금 봉투 하나, 조문화환 하나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강 씨는 "그들은 객관적으로 판단했다고 하지만 지극히, 다분히, 아니 절대적으로 주관적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남편은 성희롱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다만 학생들이 다칠 수 있다는 말에 '오해였다'고 말한 것을 혐의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2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조사를 받은 남편은 얼굴이 백짓장처럼 질려 '내 말은 하나도 안 들어주네'라고 했다"며 "7월 3일 심의 때까지 남편을 방치했고 남편은 교원연수원 책상 하나 있는 독방에서 있으면서 '감옥을 체험했다', '사형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심정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을 둘러싼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의 기자회견과 유족 강 씨의 기자회견은 평행선을 달렸지만 단 하나 접점은 있었다. 사건에 연관된 학생들에 대한 걱정이다.
강 씨는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단초를 제공했다고 비판하지만 학생들을 탓하기를 그만두길 권한다"며 "아이들도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 수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씨는 끝으로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 달라"며 "형사고발 대상자는 여러 명이며 변호사와 협의해 앞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