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경찰대학 홈페이지 캡처)
경찰 내부에서 경찰대학교 폐지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경찰대 폐지 이슈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조직 내 박탈감과 공정성 시비 뿐 아니라 현장 경험 부족에 따른 한계가 주요 쟁점이다.
◇"시험도 없이 바로 간부로"...경찰 내부 불만 고조
지난 9일 오후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대학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에서 충북경찰청 소속 A 경위는 "경찰대 출신의 경우 졸업과 동시에 아무런 인증절차 없이 경위로 입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은 12일 오후까지 조회수가 14000여건을 넘어서고 글에 대한 공감도 역시 '매우 공감'을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경찰대는 우수한 재원을 확보하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 경찰 조직의 자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대 출신에 대한 과도한 대우에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30여년간 경찰에 몸을 담고 퇴직을 앞둔 A 경정은 "경대생이어야 경찰서장 된다는 말이 나온지 오래"라며 "똑같이 노력해도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대에 입학하기만 하면 재학 중 학비가 면제되고 품위유지비까지 주어진다. 졸업 후 의경 기동대에서 지휘관으로 근무해 병역이 면제되며, 임관시험 없이 바로 경찰 간부로 임용된다. 인재 영입을 위한 혜택이지만, 1979년 경찰대 설치법이 만들어지던 시기의 상황인 만큼 경찰공무원을 선호하는 현재와 조건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지역에서 근무하는 B 경위는 "과거 고졸 출신들이 많아 경찰대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대학을 나와 순경부터 시작한다"면서 "일선 경찰들도 우수하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경험 부족"... 일선 경찰들과 동떨어진 지시도경찰대 출신을 우대하는 현행 경찰직급제도는 단순히 불공정한 차원을 넘어 조직 효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게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중간 관리자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찰대 출신들이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직원들을 통솔하며 생기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임관 6년차인 C 경장은 "일선 파출소에서 순찰 근무를 할 때도 '몇 가구 만나고 와라'는 식의 현장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릴 때도 많다"며 "경찰대 출신 간부들은 현장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토로했다. A 경정 또한 "경찰대 출신 간부들은 현장에서 근무를 안하는 경우가 많아 일선 경찰들과 유리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무경험이나 시험도 없이 임관"... "과도한 혜택 없애야" 이 부분은 특히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경찰대 폐지론의 주요 근거로 거론된다. 현장 적응의 차원에서 경찰대생도 대학졸업 후 일선 지구대와 파출서에서 6개월, 경찰서 수사나 형사과에서 1년 6개월의 순환근무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시작이 간부란 점에서 아무리 현장으로 간다고 해도 실무 경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이나 미국의 경우 밑에서부터 현장 경험을 쌓고 시험을 쳐야 간부가 될 수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업무 특성상 지식이 아니라, 현장 경험이 축적돼야 하는데 경찰대 출신들은 그런 경험없이 바로 간부가 된다"며 현장 경험 부족을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경우, 군인만을 상대하는 군대 간부와 달리 민생 치안을 담당해야 하기에 사관학교 제도는 경찰에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대의 혜택을 없애거나, 재교육 기관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대가 올해부터 치안대학원 신입생을 선발한 만큼 현실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단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국방대학원처럼 간부가 될 인원에 대한 재교육 기관으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