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눔의 집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기정 할머니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여성가족부와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정대협)·나눔의 집 등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이날 오전 8시 35분쯤 입원중이던 충남 당진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최근 폐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인해 입·퇴원을 반복하다 노환으로 건강이 악화했다.
빈소는 당진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화장터와 장지는 각각 홍성추모공원과 천안 망향의 동산으로 정해졌다.
지난 1925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8세 때 서울의 한 직업소개소에서 "세탁일을 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성노예로 끌려갔다. 그리고는 부산을 거쳐 1년은 싱가포르, 또 1년 6개월은 버마(미얀마)에 있는 위안소에서 고초를 겪었다.
해방 후 군함을 타고 귀국한 할머니는 서울에서 식모살이하며 돈을 마련해 고향인 당진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당진에서 따로 거주해오던 이 할머니는 최근 위안부 피해자 거주시설 나눔의 집에 들어가 다른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상의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년 전 낙상사고로 관절을 심하게 다쳐 거동에 큰 불편을 겪어왔으나 최근까지 비교적 밝은 모습을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추석 전에 찾아뵀을 때만 해도 하하호호 웃으며 얘기를 나눴고 의사에게도 빨리 퇴원시켜달라고 애교를 피우셨다"면서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만 7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세상을 등지게 됐다.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33명(국내 32명, 국외 1명)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