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 지진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집을 떠나 대피소에서 머무르고 있는 포항 이재민들에 온정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안영규 통제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8차 브리핑을 통해 전국에서 포항 지진 피해현장을 찾아 자원봉사를 한 사람이 22일 기준 총 9천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군부대에서 온 군인 3천여 명을 합치면 일주일 새 1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수능 하루 전이었던 22일은 지진 첫날보다 9배 많은 1천 8백여 명이 피해 현장을 찾았다. 자원봉사자들은 피해지역에서 피해복구 작업에 힘쓰는 것은 물론, 환경미화·배식·의료 지원활동 등을 펴고 있다.
작년 9월 발생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경험한 바 있는 경주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먼저 포항을 찾아 팔을 걷어붙였다. 지진 발생 다음 날인 16일 오전부터 포항 항도 초등학교를 찾아 약 150인분의 점심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지진 피해를 입은 한동대 학생을 위해 숙식을 제공하는 교회, 지진 트라우마 극복 및 심리 안정을 위해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의료 봉사자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봉사자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물품도 전국에서 쏟아지고 있다. '해병대의 고장' 포항인 만큼 해병대 1사단이 피해 주민들을 위해 야전침대 5백 개·모포 5백 장을 보냈고, 경주시는 구호매트 천 개를 전달했다.
포스코, 대한항공, GS 칼텍스, 스타벅스, SPC 등의 기업도 구호물품 및 식·음료를 지원하며 이재민들에 힘을 보탰다.
각종 단체 및 개인의 '성금 릴레이'도 이어졌다. 22일까지 모인 성금은 약 105억 원에 달한다.
김복동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도 소중한 기부금을 전달했다.
김 할머니는 22일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분께 전달해달라며 천만 원을 기부했다. 정부 생활 지원금을 조금씩 아껴 모은 돈이다.
김 할머니는 영상편지를 함께 보내며 "국민들의 후원으로 따뜻한 방에서 잠자고 사는데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고생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견딜 수가 없어 얼마 안 되는 기부금이나마 보낸다"고 밝혔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보내온 사람이 있다. 일본 아이치현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타와 메구미(岩田惠·28·여) 씨가 포항 이재민을 위해 핫팩 240개를 보내온 것.
포항 이재민들에 핫팩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한 이타와 메구미 씨. 오른쪽은 이타와 씨가 직접 써서 보낸 핫팩의 운송장.
세안시트 및 바디시트도 각각 한 상자씩 보내겠다고 밝힌 이타와 씨는 "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에서 많이 지원해 줘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며 "한국 친구가 많아 돕고 싶었다. 지진 피해가 크다고 들어 물품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포항시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행동 요령, 체온유지 방법 등의 팁을 담은 사진 파일 60여 개를 보내기도 한 그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한국도 언제 일어날지 모를 지진에 대비하고 내진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기 바란다"며 "수능이 1주일 연기됐다고 들었는데 수험생들이 건강했으면"이라고 수험생들의 건강도 챙기는 따스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