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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NGO 억압" VS "부적격 단체일 뿐"

문화재/정책

    "문화재청이 NGO 억압" VS "부적격 단체일 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심사위원 후보 선정 '잡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강릉단오제 풍경(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심사위원의 한국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한국 유네스코 인가 NGO협의회'(이하 NGO협의회)는 "문화재청이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재재단으로 후보를 바꿔치기해 NGO를 따돌리고 관료적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부적격 단체의 신청을 배제한 것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24일 NGO협의회와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다음달 제주도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정부간위원회 총회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심사위원 선거가 치러진다. 이에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달 9일까지 한국 후보 등록을 받았다.

    문제는 최근 문화재청이 최종 후보로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재재단을 낙점하면서 불거졌다. 그간 사단법인 무형문화연구원이 유력 후보로 지목돼 왔는데, 결과가 뒤집혔다는 것이 NGO협의회의 입장이다.

    NGO협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민간NGO를 후보로 등록해 놨다가 갑자기 국책기관(문화재재단)을 NGO로 내세워 변경해 유네스코에서도 이상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미 문화재청의 의도가 국제사회에서 의심받을 조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재청 관계자는 "무형문화연구원과 문화재재단이 함께 후보 신청을 한 상황에서 '무형문화연구원이 유네스코 인가 NGO가 아니'라는 판단 아래 적격기관으로 문화재재단을 최종 후보로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문화재청 "11월 초 '두 기관이 다르다'는 의견 나왔다"

    양측의 입장이 갈리는 데는 '무형문화연구원을 유네스코 인가 NGO로 볼 것인가, 아닌가'에 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전북대 부설 무형문화연구소는 NGO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전문가 영입·회원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비영리기관인 사단법인 무형문화연구원을 설립했다.

    무형문화연구원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얻었는데, 정관에도 (무형문화연구소의) NGO 활동을 계승한다고 규정했고 연구소나 연구원 모두 유네스코에 제출한 영문 이름이 'CICS'로서 동일한 단체로 인정받고 있다"며 "(문화재청은) 후보 신청 마감 뒤 한 달 동안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가 갑자기 '연구소와 연구원을 동일한 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우리를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이러한 이유로 무형문화연구원을 떨어뜨렸다면 문화재청은 NGO협의회 소속 단체들과의 후속 논의 등 절차를 밟았어야 하는데, 임의로 자기네 산하 기관인 문화재재단을 선정했다"며 "이는 문화재청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사단법인 무형문화연구원과 전북대 부설 무형문화연구소를 동일한 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판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네스코에서 인가를 해준 것은 전북대 부설 연구소이지 사단법인이 아니잖나"라며 "유네스코 측에 다시 (무형문화연구소로) 인가 받은 것도 아닌데다, 문화재청에서 사단법인을 승인해 준 것만으로 됐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섰다.

    다만 이 관계자는 "후보 제출 마감일인 지난달 9일까지는 우리도 (무형문화연구소와 무형문화연구원이) 같은 기관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했어야 하는데, 한쪽에서 준 자료만 보고 같은 데로 여겼다"며 "유네스코 측에서도 '현재 등록돼 있는 이름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전북대 부설 무형문화연구소로 후보를 신청했는데, 11월 초 '두 기관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절차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 "문화재청 결정, 유네스코 내 한국 발언권·영향력 저하시키는 처사"

    NGO협의회는 문화재청의 이번 결정이 "NGO 활동에 대한 이해 부족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NGO협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국제적으로도 NGO는 다양한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그린피스만 해도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26개 하부기관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NGO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행정적인 관점에서만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종 후보로 낙점된 문화재재단이 후보로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갈린다.

    NGO협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4일 NGO협의회가 결성될 때 문화재재단도 그 자리에 왔지만, '상부에 보고하고 가입하겠다'고 한 이후 가입 의사를 밝히지 않아 현재 4개 기관으로 운영 중"이라며 "지난 8월, NGO 기관장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에 문화재재단도 참석했는데, 스스로 공공기관임을 아는데다, '후보 신청을 희망하지만 전문가가 없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용역을 주겠다'고 하더라"며 "문화재청이 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전문가도 갖추지 못한 기관을 후보로 선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산하기관인 문화재재단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NGO가 아니라고 다 알려진 상태"라며 "NGO가 수행하는 심사위원회에 문화재재단이 들어간다는 것은 심의기구 안에서 발언하고 심사하는 행위자체의 순수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문화재청의 결정은 결국 유네스코 내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저하시키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NGO협의회 함한희 회장은 "문화재청의 이번 처사는 자기네 말을 함부로 번복하고 NGO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다음달 1~3일까지 제주도에서 유네스코 세계 NGO들이 모이는데, 이 자리에서 부당함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문화재 보호와 관련해 NGO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함에도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며 "이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심사위원 후보 선정 결과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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