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부산의 한 대학 군사학과가 재학생 사이의 성폭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도 모자라 학생 사이에서 합의까지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 정신 잃은 뒤 깨어보니 '성폭행' 흔적…'합의하자' 문자도 받아
부산 모 대학 군사학과 재학생 A씨의 성폭행 의혹의 불거진 건 지난 5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다름 아닌 같은 학과 후배 B씨였다.
B씨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 따르면 B씨는 당시 학과 선배 A씨와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B씨의 집으로 향했고, 이후 성폭행을 당했다.
B씨는 다음 날 A씨로부터 사과와 함께 "합의하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B씨는 애초 A씨의 사과를 받은 뒤 남은 대학 생활 등을 염려해 사건이 불거지는 것을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오히려 자신에 대해 나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고소를 결심했다고 B씨는 주장했다.
고소장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부산 남부경찰서는 B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반면 A씨는 강제성이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성폭력 피해자 앉혀놓고 "조용히 넘어가라"…학과의 이해못할 대응재학생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력 의혹을 접한 학과의 대응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B씨는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학과 측이 자신과 가해자인 A씨를 한 자리에 동시에 불러 대면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학과 관계자가 사실을 확인 과정에서 피해를 호소한 B씨를 불러 책임을 물으며 폭언을 하고 "학과를 위해 조용히 넘어가라"며 사실상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는 학과 교수 등이 재학생을 상대로 외부에 사건이 알려지지 않도록 입단속까지 시켰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학과 측은 이 사실을 대학 측에 보고도 하지 않아 사건에 대한 조직적인 은폐 의혹까지 자초했다.
대학 측 역시 뒤늦게 사건을 인지했지만, 사실을 확인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조치는 없었다.
피해를 주장하는 B씨는 학교 측의 이 같은 대응 때문에 수개월 동안 A씨와 마주치는 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학과 측 "법원 판단 기다려야", 전문가 "피해 주장 학생 보호 우선"
이에 대해 학과 측은 애초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 학생 사이에서 벌어진 일탈 행위라고 전해 들었기 때문에 훈계 차원에서 두 사람을 불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학과 관계자는 "애초 사건을 학생 사이의 단순한 일탈 행위로 들었기 때문에 두 학생을 각각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함께 훈계한 것뿐"이라며 "사건 발생 당시는 물론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후에도 학생 사이에서 합의를 종용하거나 사태에 개입하려 한 적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또 "피해 학생이 사건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 이를 공식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며 "강제성 있는 조치는 할 수 없었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두 학생이 만나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설명했다.{RELNEWS:right}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피해를 주장하는 측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며 학교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서지율 사무처장은 "법원의 판단이나 형사 사건 진행과 별개로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학교의 대처 과정이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진행됐는지 면밀히 따져 볼 필요는 있지만, 학교 차원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