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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참사 '알고도 당했다'…어민 '승선인원 축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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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싯배 참사 '알고도 당했다'…어민 '승선인원 축소' 반발

    해수부, 낚싯배 안전성 강화 위해 방안 마련하고도 2년 가까이 손 놔

    지난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를 인양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정부가 어선의 안전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배의 크기 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톤수에서 총길이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낚싯배 어민들이 최대 승선인원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면서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이러는 동안 낚싯배의 불법 증개축과 무리한 정원 초과 등으로 낚싯배 이용객들의 안전은 계속해 위협받고 있다.

    ◇ 어선, 부피무게 적용…같은 톤수의 낚싯배도 길이, 폭은 제각각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전복된 '선창1호'와 지난 2015년 9월 5일 제주 추자도 부근에서 전복된 '돌고래호'의 공통점은 낚싯배 가운데 가장 큰 9.77톤의 어선으로 최대 승선 인원이 22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선창1호는 총길이 13.3m, 폭 3.7m인 반면 돌고래호는 총길이 14.5m에 폭 3.3m로 서로 다르다.

    이는 현재 정부가 적용하는 어선의 톤수가 저울로 재는 중력무게가 아니라 선실과 기관실, 어창(물고기 보관 창고)등 배의 부피를 무게로 환산한 값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길이를 줄이는 대신 폭을 늘리거나 높이를 높게 하면 부피무게는 같아 질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똑 같은 9.77톤의 낚시 어선이라고 해도 조타실과 선실, 어창의 바닥 면적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어선의 크기를 부피무게로 정하다 보니, 배 건조 당시부터 어창을 넓게 하고 선실을 좁게 하면서 선원들은 갑판에서 식사를 하고, 잠을 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한, 이런 어선들이 나중에 낚싯배 영업을 하게 되면서 낚시 승객들의 휴식 공간 확보를 위해 어창을 선실로 개조하는 등 불법 증개축의 빌미가 됐다.

    지난 3일 15명의 목숨을 앗아 간 선창1호의 경우도 제한된 공간에 별도의 선실을 새로 만들다 보니, 출입구가 조타실과 연결돼 탈출로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어창을 객실로 바꾸면서 선박의 복원력도 약화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어선 규모, 부피무게→총길이 변경 추진…복원력 좋아지고 선실 넓어져

    정부는 지난 2015년 9월, 18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돌고래호 전복 사고 이후 연안어선에 대한 크기 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피무게를 바탕으로 한 톤수 기준에서 총길이 기준으로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해수부가 최근 국내 10톤 미만의 연안어선 5만4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77톤 어선의 경우 평균 길이가 19m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전복된 선창1호의 총길이가 13.3m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할 경우 선창1호는 상대적으로 배 바닥부터 갑판까지 높이가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수부는 이에 따라, 2.99톤의 소형 배는 앞으로 건조할 때 총길이를 아예 13.5m로 정해 허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4.99톤은 15.7m, 7.93톤은 19m, 9.77톤은 길이 21m로 어선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평균 길이가 19m인 9.77톤의 배는 2m가 더 길어지게 된다.

    해수부는 다만, 이처럼 어선의 크기를 총길이 기준으로 하면 폭과 높이 등을 크게 해서 기형적인 배가 만들어 질 수 있는 만큼, 배의 부피무게는 지금 보다 최대 2배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어창의 바닥 길이는 전체 배 길이의 30%인 6.3m까지 제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선원과 낚시 승객들이 쉬거나 식사할 수 있는 선실과 조타실은 물론 갑판 위에서 활동 공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부피무게를 기준으로 할 경우 9.77톤 배의 경우 어창이 27~3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길이 기준으로 바꾸면 어창 크기가 줄어드는 대신 선실과 조타실 등은 넓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길이 기준으로 바꾸면 소화기와 구명뗏목 등 각종 설비기준이 강화되고, 선체의 복원성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낚싯배 어민 반발…승선인원 축소 우려

    하지만 해수부는 이 같은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해 초에 마련했으나 내년 5월까지 여론을 수렴한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어선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낚싯배 어민들이 최대 승선 인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어선법은 낚싯배 최대 승선 인원을 공식화해서 규정하고 있다. 배 톤수에 2를 곱하고 여기에 3명을 더하면 된다.

    예컨대 이번 선창1호와 돌고래호의 무게는 9.77톤으로 여기에 2배인 19.5명에 3명을 더해 22.5명이 정원이 된다. 통상 소숫점 이하는 제하기 때문에 실제 최대 정원은 22명이 된다.

    하지만 앞으로 길이 기준으로 바뀌면 선실 내에서 (선원이나 낚시객들이) 앉을 수 있는 바닥 공간을 바탕으로 승선인원이 산정되기 때문에 정원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최대 승선인원이 어느 정도까지 줄어들지는 아직 산정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서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줄어들 것은 확실하다"며 "어민들이 이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민들 입장에서는 낚싯배의 승선 정원이 줄어들면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반발하지만 낚싯배를 이용하는 낚시 승객과 선원들의 안전과 편의성 등을 감안할 경우 길이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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