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감히' KCC 송교창이 6일 SK와 원정에서 상대 에이스 애런 헤인즈의 레이업슛을 블록하고 있다.(잠실=KBL)
공동 1위 싸움다웠다. 특히 타짜들이 즐비한 데다 한국 농구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에이스까지 포진해 그야말로 뜨겁고도 재미가 넘치는 접전을 펼쳤다.
서울 SK와 전주 KCC는 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광 프로농구' 3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두 팀은 나란히 13승5패로 원주 DB와 함께 3강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날 이기는 팀은 단독 1위로 올라서 선두권 싸움에서 앞서갈 수 있었다. 문경은 SK, 추승균 KCC 감독 등 두 팀 사령탑도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다만 SK가 최근 2연패, KCC가 7연승 중이었다.
특히 두 팀은 이른바 해결사들을 다수 갖춘 팀이라 흥미진진한 양상이 펼쳐졌다. SK는 리그 최고의 득점원 애런 헤인즈와 내외곽을 겸비한 테리코 화이트, 김민수 등이 버티고 있고, KCC는 지난 시즌 득점왕 안드레 에밋에 국내 최고 득점원 이정현, 재간둥이 가드 전태풍이 맞섰다.
여기에 SK는 국가대표 장신 가드 최준용(200cm)이 높은 팀 공헌도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KCC는 고졸 선수 송교창(199cm)이 패기로 맞불을 놨다.
1쿼터부터 명승부를 예고했다. SK는 김민수와 최준용의 외곽포로 기선을 제압하는 듯싶었지만 KCC는 이정현이 버저비터 장거리 3점포 등 10점을 집중시키며 반격했다. SK의 23-22, 1점 차 근소한 리드.
2쿼터는 본격적으로 타짜들이 힘을 냈다. KCC는 이정현이 외인 화이트를 상대로 속임 동작으로 자유투를 얻어내는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고, 에밋이 공중에서 마치 정지한 듯 우아한 레이업슛을 선보였다. 그러나 SK도 최준용이 에밋의 슛을 블록하며 터치아웃까지 이끌어내는 기민함으로 맞섰다. 2쿼터는 KCC의 47-46 역전.
'우리도 막는다' SK 최준용(왼쪽)이 6일 KCC와 홈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안드레 에밋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잠실=KBL)
후반 경기는 점입가경으로 흘렀다. 3쿼터 초반 최준용은 신장의 우위를 앞세워 KCC 골밑을 위협했다. 이에 KCC 송교창은 마음먹고 덩크를 시도하던 헤인즈를 블록하면서 포효했다. 헤인즈는 그러나 화이트의 앨리웁 플레이로 만회했고, 에밋이 비하인드 백패스로 이정현의 3점포를 어시스트하며 맞불을 놨다.
헤인즈는 예의 골밑슛 3점 플레이로 타짜의 면모를 과시했다. 경기가 달아오르면서 선수들은 몸을 날리는 투지를 선보였다. 송교창은 헤인즈의 유로 스텝에 이은 레이업슛을 통렬하게 블록한 뒤 KCC 공격 때 몸을 날려 공을 지켜 박수 갈채를 받았다.
다만 판정이 옥에티였다. 쿼터 막판 이정현이 최부경을 상대로 속임 동작 뒤 골밑슛을 넣었지만 공격자 파울이 선언됐다. 정상적인 동작으로 최부경을 밀친 듯 보였지만 이정현의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추 감독이 양복 상의를 벗어던져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 SK의 66-61 재역전.
승부는 4쿼터 중반께 완전히 갈렸다. 초반 KCC는 전태풍의 침착한 점퍼와 에밋의 골밑 플레이로 추격했다. 그러나 SK는 헤인즈의 절묘한 패스에 이은 최준용의 골밑슛, 변기훈의 3점포로 3분께 8점 차까지 달아났다.
KCC는 3쿼터 막판 아쉬운 판정 이후 페이스가 떨어졌고, 7연승의 후유증일까. 주전들의 체력까지 떨어지면서 잇따라 슛이 빗나갔다. 호조를 보였던 전태풍, 이정현의 슛이 림을 외면하면서 5분께 점수 차가 10점까지 벌어졌다. 반면 연패 탈출 의지가 강한 SK는 해결사 헤인즈가 잇따라 슛을 넣고 동료의 득점을 도우며 승기를 잡았다. KCC는 에밋의 득점포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SK가 94-81 승리를 거두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14승5패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8연승이 무산된 KCC는 13승6패로 3위로 내려섰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를 떠나 이날 두 팀의 대결은 막판 경기를 어수선하게 만든 판정을 떠나 명승부로 남을 만한 경기였다. 타짜들의 향연, 영건들의 패기, 그리고 판정. 이것이 농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