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런던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은메달리스트 오상은 미래에셋대우 코치와 아들이자 탁구 유망주로 꼽히는 오준성.(사진=월간 탁구)
신유빈(13 · 청명중)에 이은 또 한 명의 '탁구 신동'이 탄생했다. 올림픽 탁구 은메달리스트 오상은 미래에셋대우 코치(40)의 아들 오준성(11 · 오정초)이다.
오준성은 23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신한은행 한국탁구챔피언십 및 제71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손석현(아산고 1학년)에 세트스코어 3-2(11-7 8-11 11-6 9-11 11-9) 승리를 거뒀다. 학생부와 일반부의 구분 없이 최강자를 가리는 이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초등학교 5학년생이 5살 많은 형을 이긴 것이다. 4년 전인 2013년 이 대회에서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신유빈이 용인대 소속 여자 선수를 눌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초등학생이 상급학교 학생을 이긴 것이다.
오준성 역시 신유빈처럼 탁구 신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1~2년 전부터 TV 프로그램에도 다수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특히 오 코치의 아들로 지난해 이 대회 복식에 부자가 함께 출전해 큰 화제를 모았다. 오 코치는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에 4번 출전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대표팀 간판이었다. 지난해 일본 유명 탁구용품업체로부터 부자가 함께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준성은 고교생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첫 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손석현도 2세트를 가져오며 반격하면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3세트 오준성은 11-9로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다. 손석현보다 파워는 떨어졌지만 정교한 플레이로 상대 실책을 유도했다. 손석현은 4세트를 따냈지만 5세트 오준성의 침착한 플레이에 당황, 실수를 연발하며 5세트를 내줬다.
'아버지를 위하여' 오준성이 23일 제 71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1회전에서 5살 위인 고교생을 꺾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대구=노컷뉴스)
경기 후 오준성은 "형을 이겨서 기분이 좋겠다"는 말에 "그렇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처음이 긴장됐다가 풀렸는데 나중에 경기가 오래 가니까 다시 긴장됐는데 잘한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지난해 아쉬움을 털어냈다. 오준성은 지난해 이 대회 1회전에서 일반부 박신우(한국수자원공사)에 0-3 완패를 안았다.
오준성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라켓을 잡았다. 오 코치는 "공부에 영 관심이 없어서 탁구, 축구 등 운동을 시켜봤는데 재미있어 하더라"고 귀띔했다. 현정화 렛츠런파크 감독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어머니 이진경의 피까지 받은 오준성은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 두각을 나타냈다. 매 학년 랭킹 1위였다.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오준성은 "아빠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아빠는 백드라이브가 장점이고 단점은 없다"면서 "쉬시는 날 함께 탁구를 치면서 '힘을 길러서 공격을 세게 해야 한다' 등의 조언도 해주신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오상은이 아들과 함께 복식 경기에 출전해 1회전에서 아쉽게 진 뒤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사진=월간 탁구)
아버지가 못 이룬 꿈을 대신하겠다는 의젓한 아들이다. 오준성은 "아빠가 (런던올림픽 때) 중국과 해서 은메달을 따셨는데 '내가 금메달을 선물로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러니까 아빠가 말만으로 고맙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오 코치는 "아들이 이겨서 아빠로서는 기쁘다"면서도 "하지만 코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했다면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상대가 실수를 하니까 그걸 유도하려고 소극적으로 경기했다"는 것이다. 오 코치는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더 큰 무대, 강한 상대를 만날 때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들의 올림픽 금메달 선물 얘기에 오 코치는 "말만이라도 참 대견스럽다"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아직 어려서 힘이 부족한데 이 부분을 보강하면 더 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이 대한민국 탁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라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