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양정철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26일 복귀설과 출마설, 임종석 비서실장과의 관계 등 자신을 둘러싼 세간의 궁금증에 대해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양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진 지난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맡아 실장이던 임종석 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찰떡궁합'을 보이며 정책과 정무 등 전 분야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한 최측근이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16일 지인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이제 저는 퇴장한다"며 "참 멀리 왔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며 이별을 고했다.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나 친문·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던 그는 문 대통령의 만류에도 그달 25일 친지가 머무는 뉴질랜드로 홀연히 출국했고, 지금은 일본에 머물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아들의 입대 문제 등으로 몇 차례 입국했지만, 정권에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에 따라 일절 문 대통령과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
그러던 그를 두고 복귀설, 지방선거 출마설, 여전한 '실세'로서 임종석 비서실장과의 마찰 잠재설 등 실체가 분명치 않은 소문과 추측이 제기되자 "근거 없는 얘기를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양 전 비서관과의 연합뉴스 전화통화 문답을 정리한 것.
문 : '잊힐 권리'를 언급하며 해외에 체류하면서 대선 이후 언론과 접촉을 일절 끊었는데 현 시점에서 심경을 직접 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 선을 긋기 위해서다. 나를 둘러싼 (복귀설 등) 여러 풍문을 알고 있다. 몇몇 매체에 기사화까지 됐더라. 그냥 있으면 오해가 커지고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길까 봐 선을 딱 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청와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후배들이나 동지들에게 결례가 안 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또 부담을 안 주기 위해서도 근거 없는 얘기를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문 :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현 정부와 담을 쌓았지만 '복귀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또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겨우 7개월 지났는데, 작별인사로 남긴 편지에 잉크도 안 말랐다.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 참모들 전부 건강도 상해 가며 열심히 하고 있는데, 멀리서 그런 얘기 들으면 괜히 미안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더 모질게 권력과 거리를 둘 것이다.
문 :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고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입장인가.
▶ 일찍이 그게 대통령께도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 판단했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문 : 일각에서는 정권 창출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한만큼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 내 역할이나 능력에 대한 과대포장이 벗겨졌으면 좋겠다. 나는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고 안팎에 유능한 분들이 즐비한데 과분한 관심이다. 밖에서 응원하는 것도 필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문 : 그렇다면 5월 출국 당시 일성이었던 '더 비우고 더 채우고 오는 혼자만의 여정'은 언제 끝나는가.
▶ 나도 모르겠다. 7개월째 정처 없이 해외 유랑 중인데도 풍문이 많으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솔직히 두렵다. 아무 계획을 갖지 않고 그냥 지내려 한다.
문 : 출국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시거나, 혹은 전화나 메일 또는 대통령이 간접적으로라도 안부를 물어온 적이 있나.
▶ 사사롭게 통화하거나 연락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러 일체 연락을 안 드린다. 선거 때 생긴 허리 디스크와 목 디스크가 두 달 전 도져 심하게 고생했다. 외국에서 아프니 더 힘들었는데 그게 걱정되셨던지 대통령 내외분이 어떤 참모를 통해 건강을 걱정해주시며 치료 조언을 전해주시더라. 눈물 나게 감사했다.
문 : 양 전 비서관을 비롯해 이호철·전해철 등 이른바 '3철' 등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측근 그룹이 현 정부에서 중용되지 못하고 있는데, 현 정부 탄생의 공신이자 능력 있는 인사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대통령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다. 나를 빼고는 앞으로야 획일적으로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다. 특히 이호철·전해철 두 분 선배가 임명직 말고 선출직에 도전하는 것은 본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나올까 봐 대선이 끝나고 세 명이 여태 같이 만나지도 못했다. 그만큼 조심하고 있다. 두 분이 잘됐으면 좋겠다.
문 : 문재인 정부의 일등공신으로서 정부 출범 7개월이 흐른 지금 애초 생각했던 방향으로 국정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보는가. 아쉬운 점은 없나.
▶ 대체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도 있지만 내가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문 : 임종석 비서실장을 필두로 한 대통령 비서실이 문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어떤 점에 중점을 둬서 보좌해야 한다고 보는가.
▶ 임 실장은 나보다 정치 경험이 많고 정무적 감각도 뛰어난데 내가 함부로 훈수 둘 처지가 아니다.
문 : 양 전 비서관이 어디에 있든 여전히 '실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시선도 엄존한다. 그 때문에 임 실장과의 마찰 요소가 잠재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 허황한 얘기다. 처음부터 그런 시각을 차단하고 시스템을 지키려고 공직을 안 맡았다. 게다가 임 실장은 내가 가장 아끼는 후배이자 신뢰하는 동지다. 요새도 가끔 통화하며 서로 애틋하게 건강을 걱정하는 살가운 사이인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견디기 힘들고 슬프다. 단언컨대 그럴 일은 없다.
문 : 청와대 참모 등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나.
▶ 개개인이 따로 의견을 물어오면 조심스럽게 내 생각을 피력할 수야 있지만, 공개적으로 조언하는 것은 무례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문 : 현 정부 1기 내각이 195일 만에 완성되는 등 인사 분야에서 잡음이 많았다. 이에 대한 진단과 개선 방향은 무엇인가.
▶ 이 역시 공개적으로 조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 : 비록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지만, 선출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내년 지방선거나 2020년 총선에 나설 의향이 있는가.
▶ 선망하거나 꿈꿔본 적이 없다. 또 체질도 아니고 적성도 아니다. 좋은 분들을 도우면 모를까, 선수 깜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 : 일본에 체류하면서 집필 중이라는데, 어떤 책을 쓰고 있나.
▶ 언어를 매개로, 우리 민주주의가 더 성숙해져야 할 내용과 방향을 모색하는 책이다. 새 정부에 무엇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책을 통해 내 생각과 견해를 시민들과 나누려고 시작했다. 지금 집필 마무리 중이고, 1월 중순께 출간되는 것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