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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확산에 페미니즘 출판·전시 꽃 피우다

책/학술

    '미투' 확산에 페미니즘 출판·전시 꽃 피우다

    페미니즘 서적 불티나게 팔려, 미술계에서도 여류 화가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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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2살 전문직 여성 이혜미씨는 최근 서점에서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3권 구입했다. 베스트셀러 소설 '82년 김지영'을 비롯해 인문학 코너에서도 관련 책을 집어들었다. 이씨는 "최근 미투 운동을 보면서 내가 겪게됐던 일들을 다시 곱씹어보게 됐다"며 "대학 때 잠시 공부했던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좀더 자세히 알고싶어졌다"고 말했다.

    # 갓 회사에 입사한 28살 남성 김민욱(가명)씨도 페미니즘에 관해 쉽게 소개하는 입문서를 온라인에서 구매했다. 김씨는 "미투 열풍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고, 직장 생활을 하기 전에 페미니즘에 대해 기본이라도 이해하고 싶어서 책을 사게 됐다"며 "막연하게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는 깨달은게 많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투'(Me Too) 열풍을 오프라인에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은 서점가다.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한 여검사의 고백으로 점화돼 사회 곳곳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은 페미니즘에 대한 학문적, 문화적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페미니즘 관련 서적의 판매량은 2013년 8023권에 불과했지만 이후 2014년 1만1143권, 2015년 1만1628권, 2016년 3만1484권, 2017년 6만3196권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불과 5년만에 매출이 8배 가까이 뛴 것이다.

    '여혐' 논란을 일으켰던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2016년에는 전년 대비 170% 매출이 늘었고, 지난해에도 100% 매출이 급성장했다. 구매자는 여성이 78.2%, 남성이 21.8%였으며 20대 여성의 판매가 40.7%로 가장 많았다.

    특히, 학문으로서의 딱딱한 페미니즘이 아니라 일상과 접목해 공감을 얻는 책들이 나오면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

    교보문고 모바일인터넷영업팀 최지환 MD는 "최근 페미니즘 도서의 판매 증가를 이끌고 있는 도서를 보면 일상과의 접점에서 여성들이 차별 받는 모습을 그리는 책이 다수"라며 "이런 책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차별들을 SNS에 공유하고 개인적인 공감들이 쌓이면서 책 판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즘 전문 출판사도 등장했다. 출판사 '봄알림'은 온라인에서 클라우딩 펀드 형태로 시작하다 큰 호응을 얻으면서 오프라인에서도 여러 권의 책을 발간하며 페니미즘 전문 출판사로 자리잡았다.

     

    페미니즘은 전시계에서도 뜨거운 주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지난해 말부터 열리고 있는 '신여성 도착하다'라는 제목의 전시회는 100여년 전 시대를 앞서갔던 여성들의 다양한 작품과 스토리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전시회 3부에서는 화가 나혜석,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이난영, 문학가 김명순, 여성 운동가 주세죽 등 5명의 삶과 작품을 조명했다. 전통적 사고가 강했던 당시 이들은 찬사보다 지탄의 대상이었지만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고 재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대를 앞서나갔던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조망해보는 기획전을 마련하게 됐다"며 "알찬 전시회 구성으로 관심과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에서 여성 작가들에 대한 회고전과 전시회도 갈수록 늘고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60~70년대 화가이자 행위예술가였던 정강자 회고전을 열고 있다. 정강자는 여성의 목소리가 낮았던 시대에 과감한 작품 세계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당당하게 던진 작가로 재평가가 활발하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미술계에서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성적인 차별 등의 주제가 꾸준히 묻어나고 있는데, 최근 갤러리 시장에서도 아직 소수인 여류 작가들을 더욱 주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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