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예정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최종주자 김연아가 점화를 하자 고리 모양의 기둥이 성화대를 향해 솟구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놀라움과 감동,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은 한국의 전통 문화와 최첨단을 달리는 현재, 북한과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마음을 전하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1218대 드론이 일사불란하게 평창 하늘을 수놓은 오륜기는 압권이었다. 여기에 '피겨 여왕' 김연아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선수들로부터 성화를 받아 얼음판에서 펼친 우아한 스케이팅 연기와 성화 점화는 깊은 감동을 안겼다.
다만 김연아가 성화를 붙은 뒤 달항아리 백자 모양의 성화대까지의 연결고리가 궁금증을 낳았다. 당시 김연아가 얼음 무대 위에 놓인 수정 모양의 점화대에 불을 붙이자 원 모양의 쇠기둥이 솟아오르며 성화를 달항아리 성화대에 옮겼다.
이 연결 기둥의 정체에 대해서 네티즌들 사이에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불쑥 튀어나온 쇳덩이가 뭐냐', '스프링이 튀어나와서 좀 흉물스럽다'는 의견도 적잖았다.
하지만 여기에도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바로 30년 전 대한민국의 첫 올림픽이었던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 평창올림픽을 잇는 고리였다.
'30년 전 그때처럼'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최종주자 김연아가 점화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송승환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은 10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 내 평창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붙은 쇠기둥에 대한 비밀을 설명했다. 바로 30년 전 서울올림픽을 누볐던 굴렁쇠였던 것이다.
일단 송 감독은 "여러분들 아이디어가 모여 성화대 밑에서 김연아 홍보대사의 아이스댄스 장면을 구상했다"면서 점화 공연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김연아가) 아이스댄스를 하고 불기둥이 올라간 부분이 설명이 안 된 거 같다"고 문제의 장면에 대한 운을 뗐다.
송 감독은 "자세히 보면 기둥에 30개의 굴렁쇠에 불이 붙어서 올라간다"면서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부터 2018년까지 30년을 뜻하는 30개의 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오마주였다"고 강조했다.
개폐회식 준비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송 감독은 "사실 행사 예산이 600억 원 정도였는데 산간 지역이라 숙박과 수송, 난방에 대한 부담이 컸다"면서 "그래도 새 정부가 들어서서 지원이 늘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개막식 총연출을 맡은 양정웅 감독도 "어떻게 기존 동계올림픽과 다르게 할까 수많은 동료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많이 고민했다"면서 "야외에서 해야 하는 제약들이 오히려 창조적으로 우리 색깔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힘들었지만 압박이라기보다 창작의 즐거움이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