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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더 포스트' 언론의 눈이 향해야 할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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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더 포스트' 언론의 눈이 향해야 할 '그곳'

    역사를 바꾼 美언론 활약 조명…명감독과 명배우가 합작해낸 시대정신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데 언론이 큰 역할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그러한 경우를 겪었으니, 바로 '촛불혁명'.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사는 우리는, 법 위에 군림하고자 했던 시대착오적인 권력자를 끌어내렸다. 이 역사적 사건을 촉발시킨 것은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자로 대변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국민들에게 가감없이 알린 언론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신작 '더 포스트'는 50여 년 전 미국에서 벌어졌던 비슷한 사건을 다룸으로써,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언론의 눈이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1971년, 미국 전역이 뉴욕타임즈 특종 보도로 발칵 뒤집힌다. 트루먼·아이젠하워·케네디·존슨에 이르는 당대 대통령 4명이 '정의롭지 못한 전쟁'으로 평가받는 베트남전을 벌이기 위해 30년간 거짓 정보로 국민들을 속여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쟁지 워싱턴포스트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이러한 베트남전의 진실을 담은 정부기밀문서를 입수하는 데 공을 들인다. 드디어 4000장에 달하는 기밀문서를 손에 쥔 그는 이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마음먹기에 이른다.

    하지만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녹록지 않은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결국 모든 공은 워싱턴포스트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에게로 넘어간다. 그렇게 캐서린은 선대부터 꾸려 온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일생일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과 맞닥뜨린다.

    이 영화는 극 초반 "기사의 수준이 수익을 창출한다"는 발행인 캐서린의 경영 모토와 "기사 논조는 내가 결정한다"는 편집장 벤의 기조가 하나의 공통된 가치로 향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가치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표현된, 당시 미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가 베트남전에서 미국의 불리한 양상을 알고도 기자회견에서 이를 숨기는 모습의 정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다.

    ◇ 약자들 희생으로 연명하는 일그러진 권력자 민낯 들춰내는 언론

    영화 '더 포스트' 스틸컷(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연출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더 포스트'를 통해 이른바 '극비' '기밀'이라는 전제를 달고 대다수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정보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도발적인 펀치를 날린다. 그것이 권력자와 그를 둘러싼 소수의 집권을 위한 정보라면 마땅히 들춰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문제의식 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참혹한 전장에 총알받이로 끌려가는 눈앞의 젊은이들을 외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전장의 총알받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약자들의 희생 위에서 연명하는 모든 일그러진 권력자의 민낯을 드러내는 듯하다.

    이 영화는 그 연장선상에서 "사회와 절대다수 구성원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정보는 감춰져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결론을 내린다. 권력자를 감시하고,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언론의 가치가 내내 강조되면서 그 결론 역시 힘을 얻는다.

    영화 '더 포스트'의 무게중심은 톰 행크스가 연기한 편집장 벤보다는, 메릴 스트립이 분한 발행인 캐서린에게 조금 더 쏠려 있는 분위기다. 카메라는 그가 가업을 물려받은 입장에서 어떻게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지켜가는지, 특히 당대 공고했던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어떻게 길을 열어가는지를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시대의 감수성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거장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 '더 포스트'는 미국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언론의 또다른 활약을 암시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 영화에서 다룬 사건이 있었기에 당연히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활약이다. 그렇게 이 영화는, 언론의 눈이 향해야 할 곳은 '위'에 있는 권력자가 아니라 '아래'에 자리한 국민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이미 국정농단 사태에서 언론의 역할을 지켜본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권력의 편으로 후퇴하는 언론을 더이상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됐다. 권력 유지에 혈안이 된 지도자의 온갖 방해공작에 굴하지 않고, 다수 국민 편에 서는 이 영화 속 언론의 모습이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8일 개봉, 116분 상영,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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