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라고까지 표현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청와대의 외교 행보도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첫 한미 정상회담, 7월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9월 유엔총회 참석 등 '살인적인' 순방 일정을 "지난 정부에서 무너진 한국의 외교관계 복원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복원된 외교관계를 토대로 청와대는 과거 북핵문제 해결 다자틀인 '6자회담' 당사국들을 직접 설득하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본격 궤도에 올렸다.
◇ 시진핑 "꽃피는 봄날 올 것", 아베 "文 리더십에 경의"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잇달아 열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국제무대 데뷔전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과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협상 틀이었던 '6자회담' 당사국들은 앞다퉈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메시지 분석에 나섰다.
지난 5일 대북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접견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귀국 하룻만에 김 위원장 메시지를 직접 들고 워싱턴으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문제인 대통령의 대미특사 자격으로 미국 방문을 마친 청와대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오른쪽)과 국가정보원 서훈 원장이 1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방미길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각각 중국과 러시아, 일본으로 이동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 의중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직접 전하고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협조를 얻어냈다.
시 주석은 12일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기간임에도 정 실장을 만나 "한국의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 전반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고 북미간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을 기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북미대화를 지지하고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이라는 근본적 목표에 초점을 둔다면 한반도에서는 반드시 단단한 얼음이 녹고 화창하고 꽃피는 봄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정 실장은 이후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과 만찬을 함께하며 한반도 상황에 대한 추가 의견을 교환했다.
정 실장은 곧바로 러시아로 이동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같은 날 서훈 국정원장 역시 도쿄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만나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하며 남북·북미 대화에 대한 일본측의 협조를 구했다.
13일 서 원장을 만난 아베 총리는 "북한이 한국, 미국과 큰 담판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 기회를 단순히 시간벌기용으로 이용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를 보내 방북·방미 결과를 소상히 설명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남북 관계의 진전과 비핵화 국면에서 변화를 가져온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정 실장의 시 주석 면담은 북중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과거 6자회담 주재국이었던 중국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궁극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논의로까지 확대시키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분석된다.
서 원장의 아베 총리 면담 역시 일본의 대북 강경 메시지가 미국을 통해 확산되기 전에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전달하면서, 아베 정권이 일련의 대화 분위기를 '납치자 문제' 등 국내 문제로 환원해 자칫 '어깃장'을 놓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1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전격 경질된 틸러슨의 바톤을 이어받은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과 회동하며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실무 협의에 본격 착수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앞으로 두 달여 간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미 양국간 각급에서 수시로 협의를 갖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며 "강 장관은 최근 급진전된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코리아 패싱에서 한반도 운전자론까지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6일 독일 통일조약 협상이 이뤄진 베를린 옛 시청사에서 '베를린 구상'을 처음 공개했을 때만 해도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실현 불가능한 구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한국이 쥐어야한다는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지만,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부침을 겪었다.
베를린 구상 발표 이틀 전 북한은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자강도에서 역시 화성-14형을 추가로 쏘아올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한미동맹을 강화해서 전술핵 재배치를 공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며 "우리는 대선 전부터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면 코리아패싱 문제가 현실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따로 전화통화를 하며 대북 강경책을 논의했고, 일각에서는 관련 논의에서 우리나라가 제외되고 있다는 일명 '코리아 패싱'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해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자 문 대통령은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계획 중단을 선언하는 것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던졌다.
문 대통령은 "북핵 동결을 입구로 삼고 비핵화를 출구로 삼아야 한다"는 2단계 비핵화론을 토대로 군사적 옵션 논의 등 대북 강경 일변도로 흐를 조짐을 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설득했다.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과 제재는 최종 목표가 아니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해가 바뀌면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참여를 적극 제안했고, 북한이 이에 호응하면서 남북 대화는 급물살을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