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난 10일부터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매체에서는 "BBC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 평가했다"는 국내 보도가 앞다퉈 나왔다.
'외교의 천재' 또는 '나라를 파괴하는 공산주의자'라고 직접 평가를 한 것처럼 쓰기도 했고,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처럼 쓴 매체도 있었다.
특히 한 매체의 경우 '바그다드 함락 미 3사단, 한국배치 완료'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의 도입부에서 '한반도에는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더 커질 수도 있다'는 논리를 뒷받침 하기 위해 이 내용을 자세히 풀어썼다.
하지만 이는 원 기사의 뉘앙스와는 거리가 있는 오역이다.
여러 차례 인용된 이 기사는
3월 9일(현지시간)자 영국 BBC방송 기사다.
보수 매체들이 'BBC가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했다'고 해석한 부분은 도입부에 등장하는데, 분명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는 한다.
원문에서는 "남한의 리더인 문재인은 외교 천재거나 그의 나라를 파괴하려는 공산주의자 둘 중 하나(either a diplomatic genius or a communist set on destroying his country)이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벼랑 끝 전략의 달인이거나 사기 게임의 졸(卒) (either a master of brinkmanship or a pawn in a more devious game)"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바로 뒤에 몇 보수 매체들이 의도했거나, 혹은 의도치 않게 빠트린 부분이 있다. "누구에게 묻는지에 따라(depending on who you speak to)"라는 구절이다.
즉, 이전의 내용은 BBC가 문 대통령이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체적으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 극과 극으로 나뉘는 '세간의 평가'를 인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모두 국내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으로부터 판이하게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의 회동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전하며 '21세기의 정치 도박(The political game of the 21st Century)'이라는 제목을 붙인 기사에서, 협상의 중심에 놓여있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에 대한 평가를 좀 더 입체적으로 서술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약속이라도 한 듯 보수 매체들만이 집단적으로 특정 부분을 생략한 채 번역, 보도한 것이다.
급기야 BBC의 원 기사를 쓴 기자가 나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로라 비커 BBC 한국특파원은 18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언론은 내 기사를 공정하게 번역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그러면서 "내 글은 일부에서 보도된 것처럼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하지 않았다. 우파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고, 마찬가지로 그가 천재라는 평가도 인용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트위터에는 한국의 언론 실상을 꼬집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