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이 21일 청주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의 여자프로농구 결승 3차전에서 승리하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유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천와를 비롯한 선수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WKBL)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승 외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지도자가 있다. 여자프로농구의 '명장'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이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1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첫 6년은 코치로서, 최근 6년은 감독으로서 여자프로농구 무대 정상에 섰다.
아산 우리은행은 21일 오후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75-57로 이겨 파죽의 3연승 무패행진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2012-2013시즌을 시작으로 6년 연속 여자프로농구 챔피언이 됐다. 그것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제패하는 통합 우승을 6시즌 연속 달성했다.
2012-2013시즌은 인천 신한은행(당시 연고지는 안산)에서 임달식 감독을 도와 왕조를 구축했던 코칭스태프 위성우와 전주원이 나란히 우리은행의 감독과 코치로 자리를 옮긴 첫 시즌이다.
위성우 감독은 신한은행 시절 코치로서 6년 연속 우승을 경험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전주원, 정선민, 최윤아, 김단비, 하은주 등 올스타급 선수들을 앞세워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을 맡았을 당시 팀은 리그 꼴찌였다.
위성우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는 혹독한 훈련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량으로 선수들의 기량과 근성이 자라게 했다. 선수들에게 비시즌은 지옥과도 같았다. 정규리그 때에도 경기가 없는 날에는 비시즌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환호하는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사진 왼쪽)과 어천와 [사진 제공=WKBL]
"훈련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경기를 하는 게 덜 힘들다"고 말하는 우리은행 선수들이 많았다. 시상식에서 공개적으로 "감독님, 휴가를 넉넉히 주세요"라고 말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흘린 땀의 결실은 분명했다. 우리은행은 2012-2013시즌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러자 선수들 사이에서 혹독한 훈련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시즌이 모두 끝나는 날, 위성우 감독은 선수들에게 선물을 준다. 선수가 코트 중앙에서 감독을 발로 밟는(?) 이벤트는 이제 대표적인 우리은행의 우승 풍경이 됐다. 1년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위성우 감독은 "사실 그게 그렇게 아프지는 않다. 선수들도 나를 세게 밟지는 않는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다 보니까 느끼는 아픔이 조금씩 커지는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임영희와 박혜진 등 6년동안 우리은행의 주축으로 뛴 선수들은 이러한 체계와 위성우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익숙하다. 위성우 감독도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을 이해하기 시작한 선수들을 더 이상 예전처럼 강하게 몰아붙이지는 않는다.
예외도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WKBL의 간판 스타 김정은이 그랬다. 김정은은 우리은행의 훈련량을 힘들어 했다. 위성우 감독은 양보하지 않았다. 대신 행복한 결실을 약속했다.
위성우 감독은 "내가 보기에는 훈련을 안하고 노는 것 같은데 본인은 엄청 힘들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힘든 훈련에 많이 힘들어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면 네가 무언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날 속이지만 말아달라고 했다. 김정은에게는 간절함이 있었다. 선수로서 이룰 것을 이루는 모습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은 프로농구 현역 시절 화려한 스타는 아니었다.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식스맨이었다. 신한은행 시절 선수들과 소통하는 코치 역할을 맡으면서 선수들을 폭넓게 이해하게 됐다. 벤치 선수들의 고충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 제공=WKBL)
지도자가 선수들을 다그치기만 해서는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우리은행이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팀이지만 지난 6년간 불협화음은 없었다. 코트 안에서는 누구보다 무섭지만 마음만큼은 위성우 감독의 지도력 때문이다. 또 그를 돕는 전주원, 박성배 코치와의 조화도 뛰어났다.
우리은행은 올시즌 정규리그를 개막 2연패로 시작했다. 예년만큼 외국인선수가 탄탄하지 않아 '우리은행 왕조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적잖았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주축 선수들과 그동안 꾸준히 기회를 줘 성장시킨 벤치 선수들의 조화로 팀을 다시 일으켰다.
사령탑으로서 통산 6번째 우승. 여자프로농구 감독으로는 역대 최다 기록도 세웠다. 10년 넘도록 우승밖에 몰랐던 위성우 감독의 승부사 기질은 우리은행 왕조가 자랑하는 강력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