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아버지는 거부했던 판문점 정상회담…김정은, 어떻게 군사분계선 넘을까

통일/북한

    아버지는 거부했던 판문점 정상회담…김정은, 어떻게 군사분계선 넘을까

    판문점 전경. (사진=통일부 제공)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설이 속보로 전해진 날,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찾아간 판문점은 평온했다.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는 27일 분단의 상징 판문점도 휘감고 있었고, 회담이 열리는 남측 '평화의 집'은 청소와 내부 수리가 한창이었다.

    이틀후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리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989년 완공이후 30년 가까이 묵은 때를 벗겨내려는 듯 입구와 계단 등 건물 외부에서는 물청소가 진행되고 있었다.

    보안 문제로 내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역사적인 정상회담 장소에 걸맞도록 그동안 주로 취재진이 대기하던 1층과 회담장으로 사용해온 2층, 연회장으로 사용 가능한 3층을 새 단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내를 맡은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큰 공사는 아닌데 지금 이곳저곳 손을 보고 있는 곳이 많아서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4월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의 집으로 오기 위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군사분계선을 넘는 순간은 6.25 전쟁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는 것으로, 한반도 분단사에 한 획을 긋는 장면이 연출된다.

    판문점은 1953년 7월 27일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 3자가 만나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체결한 곳이다. 포로 교환 장소로도 이용됐다.

    1차 정전회담은 1951년 7월 10일 개성시에 있는 내봉장이라는 여관에서 개최됐는데, 당시 유엔사 차량이 식별을 위해 백색기를 달고 운행한 것을 두고 북한에서 "항복하러 왔다"고 거짓 선전을 한 게 문제가 돼 중간지역인 판문점으로 장소가 변경됐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런데 정전협정 체결된 곳(옛 판문점)이 뒤늦게 북한 비무장지대 내부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확하게 군사분계선이 지나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유엔사의 요구에 따라 군사정전위 회의장소가 지금의 판문점에 설치됐다.

    당시에는 공동경비구역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북한군과 유엔군이 서로 섞여서 근무하고 작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6년 이른바 '도끼만행 사건'이 벌어지면서 유혈 충돌을 막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기로 했고, 자유의 집과 판문각 사이에는 높이 5cm·폭 50cm 정도의 콘크리트 턱이 만들어졌다.

    평화의 집. (사진=통일부 제공)

     

    ◇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판문점 정상회담 거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북측에는 회담장으로 사용되는 '통일각'과 남북연락사무소가 있는 '판문각'이 설치돼있다. 우리측 '평화의 집'과 '자유의 집'이 각각에 상응하는 건물이다.

    그리고 남측과 북측 경비병은 분계선 양측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있고, 총상을 입고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탈북한 북한병사 귀순 사건 이후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이런 군사분계선을 김정은 위원장이 넘어 남측으로 오는 것은 그야말로 '사건'이다.

    게다가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회담하는 자체를 혐오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버지와는 다른 파격적인 선택을 한 것도 정상회담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 2002년 4월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안보통일 특별보좌관 자격으로 방북한 임동원 특사의 회고록 '피스 메이커'에 따르면 2차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자는 우리측 제안에 대해 당시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는 "판문점은 '악의 축'이라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미군이 관할하는 지역이므로 거기서 회담을 하자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김용순 비서는 "다른 남측 지역도 그 어느 때보다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미군이 있고 인민들의 반미 반정부 시위로 혼란하고 불안한 곳인데 우리 장군님이 귀측 지역에 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상당한 반감을 드러냈고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동 예상 경로.

     

    ◇ 김정은 위원장, 어떻게 군사분계선 넘을지도 관심사

    정상회담이 열리는 당일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의 집'까지 오는 경로를 예상해보면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우선 승용차로 '72시간 다리'를 지나와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 방안과 승용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그대로 평화의 집까지 오는 경로도 있다.

    판문점에 들어서면 통일각과 자유의 집 사이에는 모두 7동의 건물이 있는데, 하늘색 건물 3동(왼쪽부터 T1-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T3-군정위소회의실:T는 임시를 뜻하는 Temporary)은 남측이, 그 양쪽에 있는 회색 건물은 북측이 관리하고 있다.

    걸어서 분계선을 넘을 경우에는 T1과 T2 또는 T2와 T3 사이를 지나게 되는데 회담에 나선 남북 당국자나 민간인들은 T1과 T2 사이를, T2와 T3 사이는 군인들이 이동 통로로 사용하고 있다.

    승용차로 계속 이동할 경우에는 회색끝 건물인 '북한군 오락-휴게실'과 '유엔사 공동일직장교 사무실' 사이 잔디밭을 지나게 된다.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때도 여기를 거쳐 차량들이 이동했다.

    정부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남측 이동로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단의 상징 판문점이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장으로 거듭날지, 세계의 시선이 집중될 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RELNEWS:right}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