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전 임직원에게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및 관련 기기 사업부문을 도맡아왔던 테리 마이어슨 부사장이 회사를 떠난다. 그는 "나델라의 개혁을 신뢰한다. 이번 조치가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수개월 내 퇴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조치가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사업 등 새롭고 빠르게 성장하는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윈도우 시대가 저문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2015년 6월 MS는 클라우드 부문 수석 부사장이었던 나델라 CEO가 새로운 수장에 오른지 1년 여 만에 새로운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앞서 2013년 전 CEO였던 스티브 발머가 퇴임 직전 줄리 라슨-그린의 서피스 및 엑스박스 등 하드웨어 사업부문 총괄, 테리 마이어슨의 윈도우 및 윈도우폰과 클라우드 및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문 총괄 체제로 통합시켜 물리적 결합에 중점을 뒀다.
나델라의 조직 개편은 발머가 통합시켰지만 내부적으로는 복잡했던 사업부문을 윈도우 및 디바이스 그룹(WDG)으로 슬림화 시킨 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데 중점을 둔 개편이었다. 서피스, 홀로렌즈, 루미아 엑스박스 등 MS의 모든 하드웨어를 WDG가 맡고 이를 윈도우 등 소프트웨어를 결합시키는데 집중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테리 마이어슨은 실제 그런 결과들을 만들어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노키아를 인수했음에도 여전히 MS의 스마트폰 사업부문을 장악하고 있던 전 노키아 CEO 스티븐 엘롭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 윈도우에 모바일, 하드웨어 전부문을 모두 맡게 된 마이어슨의 위상은 그만큼 공고해졌다.
MS의 클라우드 수장 출신답게 나델라 CEO는 클라우드 부문도 강화한다. 클라우드를 담당했던 스캇 거스리(Scott Guthrie)가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까지 맡으면서 조직의 덩치가 커졌고, 이를 통한 엔터프라이즈 부문과의 시너지가 가능해졌다. 클라우드가 MS 사업의 중심권으로 들어오게 되는 계기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나델라 CEO가 과거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MS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런 나델라 CEO는 이번 대규모 조직 개편에서 윈도우 및 하드웨어 사업부문을 통합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냈던 마이어슨을 내보냈다. 그의 퇴사보다는 MS 오피스 제품 담당 수석 부사장 출신 라제쉬 지하(Rajesh Jha)가 마이어슨을 대신해 '경험 및 디바이스(Experiences & Devices)'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팀의 수장으로 취임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델라 CEO는 "컴퓨팅 환경은 다양한 감각을 포함하도록 진화하고 점점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대적인 요구와 습관, 고객의 기대는 윈도우, 오피스, 응용프로그램 및 장치를 보다 밀접한 마이크로소프트 365 환경으로 가져오는 동기가 되고 있다"면서 새로운 리더십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들 그룹에 속한 조직의 변화는 일부 확장되거나 조정되는 차이는 있지만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서피스 시리즈를 비롯한 관련 디바이스를 담당했던 있는 파노스 파나이(Panos Panay)가 제품최고관리자(CPO)에 올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윈도우폰을 담당했던 조 벨피오레(Joe Belfiore)가 윈도우 경험 부문 책임자를 맡게된다.
가치 있는 경험을 통해 사용자를 유입시키고 성과를 향상시키는 새로운 경험과 기술(New Experience and Technology) 부문에는 쿠도 츠노다(Kudo Tsunoda), 마이크로소프트 365와의 결합을 통한 윈도우 엔터프라이즈 공급 및 클라우드+AI(인공지능) 플랫폼 내의 EMS 팀을 이끄는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및 매니지먼트(Enterprise Mobility and Management) 부문은 브래드 앤더슨(Brad Anderson)이 맡았다.
나델라 CEO는 클라우드 부문을 총괄하고 있던 스캇 거스리의 역할을 확대해 클라우드+AI 플랫폼에 특화된 새로운 팀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직은 클라우드 및 엣지(분산 컴퓨팅 패브릭)에서부터 인프라, 런타임, 프레임워크, 도구 및 지각에 관한 고차원 서비스, 지식 관련 인지에 이르는 AI 전반의 일관된 기술을 관할한다.
IT 생태계가 끊이 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우리가 클라우드의 혜택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연결되는 컴퓨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양자 컴퓨터 기술과 기계학습(ML) 및 블록체인이 주류 기술로 올라서며 이미 실용화 단계에 도달해 있다는 점도 새로운 IT 생태계의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MS의 조직 개편은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혁신에 착수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왼쪽부터 빌 게이츠, 사티아 나델라, 스티브 발머 (사진=마이크로소프트)
MS의 주요 고객은 일반 소비자에서 대기업과 정부로 일찌감치 이동한 상태다. MS의 지난 4분기 실적(https://goo.gl/SVA2GB)을 보더라도 오피스 365와 클라우드 제품은 견고한 성장을 보여주는데 반해 윈도우 관련 매출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서피스도 전년대비 2% 감소했다. 기기의 수명에 따라 전환하는 주기가 있어 하드웨어 제품군의 제약도 따른다.
MS가 윈도우 10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날이 올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이 향후 수십 년을 내다본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명확해보인다. 물론 개인 사용자용 윈도우 OS 사업을 철수 할 의도가 담겼다고 보기에는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윈도우의 빈자리를 구글과 아마존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5월 7일 개최되는 MS 컨퍼런스 '마이크로소프트 빌드'에서 새로운 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달 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