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4년을 받으면서 국정농단 재판이 일단락됐다.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의 몸통부터 국정농단의 핵심 부역자까지 대체로 실형 선고를 받고 수의를 입게 됐다.
상장기업 시가총액 기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만 핵심 부역자 가운데 유일하게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박 전 대통령에게 "다시는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국정농단의 '몸통'인 만큼 관련자 가운데 가장 높은 형량이다.
최씨가 징역 23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징역 6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징역 4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징역 2년 등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36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들 대부분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지만, 지난 2016년 말부터 제기된 국정농단 의혹은 재판을 통해 점차 사실로 확인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새누리당 공천개입 사건 등 '적폐청산' 재판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국선변호인에게 전달한 입장문을 통해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등에게 관행이라는 보고를 받았고, 청와대 비서진의 추석 격려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권 국정원장들이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의혹에 연루된 관련자들의 주장은 정반대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자신의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정책보좌관이었던 오모씨도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남 전 원장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을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치사하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비서관 역시 자신의 재판에서 "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이나 저나 지금까지 업무를 하면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고 심부름했다"며 국정원 특활비에 대한 제안을 먼저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얼마 있어요"라며 상납받은 국정원 특활비의 잔액을 꼼꼼하게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개입 사건 재판 역시 본격적인 진행을 앞두고 있다. 공범인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에 대한 재판도 시작됐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당시 보고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재판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재판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구체적 진술이 나온다면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