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선 요즘 요란한 크레인 소리와 함께 굴착기와 철근 수십 개가 위태롭게 줄에 매달려 주택가, 유치원 지붕 위를 지나다니고 있다.
지난 9일 공사현장 옆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머리 위로 지나는 중장비를 바라보며 집으로 향했다. 하늘에 떠다니는 중장비 아래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도 보였다.
포크레인과 철근 등 중장비가 크레인에 실려 주택가와 어린이집 하늘을 지나다니고 있다. (사진=박희원 수습기자)
아찔한 장면 속 몇몇 학부모들은 집에서 허겁지겁 나와 빨리 지나오라고 소리쳤지만 소음 탓에 들리지 않는지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공을 차기도 했다.
서울 주택가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아찔한 장면은 성북구청이 맹지(도로와 접하지 않은 땅)에 실수로 건축허가를 내주며 벌어진 광경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중장비가 머리 위로 지나다니는 통에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인근 주민 정모(32) 씨는 "크레인이 휘청하면서 쓰러질 것 같아 아찔하다"며 "바람 부는 날엔 크레인이 흔들리고, 철근이 유치원 놀이터 위로도 지나다닌다"고 토로했다.
주택과 어린이집 하늘 위로 중장비들이 옮겨지고 있는 이유는 공사현장과 통하는 도로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엔 아파트 사유지인 도로 외엔 어떠한 연결 도로도 없다.
사용할 수 있는 도로가 없는 상태임에도 구청에서 건축업자에게 건축허가가 떨어졌고 건축업자는 임시로 빌린 주택가 공터에 크레인을 설치해 중장비를 옮기고 있다.
주민 김모(50) 씨는 "어떻게 도로를 확보도 하지 않고 허가가 났는지, 사람이 게처럼 옆으로 걸어 다녀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 위험천만한 공사는 구청 건축과의 실수에서 시작됐다.
통상 도심지역 맹지엔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데다 구청이 내주더라도 사전에 인근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90일 동안 공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구청은 주민들에게 이 과정 없이 건축허가를 내줬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지적도와 등기부등본상 해당 도로는 아파트 소유였지만 성북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사유지이지만 오랫동안 함께 쓴 도로라 (맹지에) 건축허가를 냈다"고 설명했다. 주민 동의는 없었다.
도로허가를 내는 구청 건설관리과 역시 해당 도로가 아파트 소유임을 인정했다. 관계자는 "처음에 등본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개인 사유지로 확인한 뒤 도로점용허가를 취소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법원도 해당 도로에 대해 '점유가 아닌 통행만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사실상 맹지로 인정했다.(사진=박희원 수습기자)
서울북부지법도 건설업자에게 '주위토지통행권'(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주위 토지를 지나갈 수 있는 권리)만 인정했다. 사유지와 맹지로 인정한 것.
하지만 법원 판결에도 구청 건설관리과는 "주무부서인 건축과가 허가를 내 이젠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했다.
"오랫동안 통행로로 쓰인 도로라 문제가 없어 허가를 내준 것"이라는 말뿐, 법이 규정하고 있는 주민동의는 생략했다.
그러는 동안 건설업자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공사 현장에 용역업체 직원들을 부르고 지게차로 주민 소유의 차를 무단으로 옮기기도 하는 등 물리적인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구청이 방관하는 사이 피해는 저희가 오롯이 당하는데 사람 하나 죽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냐"고 말했다.
"유치원 위로 포크레인 왔다 갔다… 공포에 떠는 주민들" 관련 정정·반론보도문 |
[정정보도] 본지는 위 기사의 게재 당시, 성북구청에서 맹지에 실수로 건축허가를 내줬고, 성북구청 건설관리과도 실수를 인정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공사 부지에는 공로에 이르는 통행로가 있고, 따라서 성북구청에서는 건축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건축허가를 한 것입니다.
또한 건축허가 시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받지 않았고, 90일 동안 공고해야 함에도 공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으나, 위 공사에 대한 건축허가에는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할 필요가 없고, 90일 동안 공고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바로잡습니다.
[반론보도] 건설업자가 용역업체를 부르는 등 주민에게 물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하여, 건설업자는 용역업체 직원을 부른 사실이 없고, 주민들에게 물리적 위협을 가한 사실도 없음을 밝혀왔습니다. 건설업자의 주장에 따르면, 오히려 대법원에서 건설업자에게 통행로를 사용할 권리가 있고 주민들은 건설업자의 공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