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이 9천만 명에 달하는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광고 또는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 하는 유료버전 출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CEO가 "페이스북은 언제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변함 없는가"라고 묻는 오린 해치 상원의원의 질문에 "그렇다. 페이스북 '무료버전'은 항상 있을 것"이라고 답하면서 페이스북이 '유료버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IT매체 테크 크런치는 1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유료화 된다면 적정 가격은 11~14달러(약 1만2000원~1만5천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료버전 가능성의 큰 줄기는 이렇다.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은 월정액 수수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구독료는 모든 이용자가 의무적으로 지불하는 대체 방식이라기 보다 광고 노출에 대한 선택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페이스북에서 소비하는 총 시간을 최대화 하지 못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부분적으로 분리하면, 광고 수입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 소비에 따른 과금이 가능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월간 구독료는 페이스북의 광고 수입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이용자수는 2억3900만 명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199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즉, 북미지역 이용자가 유료버전을 구독한다면 평균 7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광고가 없을 때만 비용을 지불한다는 심리학적 결과의 일부와 광고주들이 차단돼 발생하는 손실, 실제 이용자가 돈을 지불할 것인가와 이러한 유료화 정책으로 무료버전 사용자에 대한 타깃 광고 심화로 이어져 불만이 증가할 가능성 등은 배제했다고 매체는 전제했다.
저커버그는 청문회를 통해 "현재(today) 우리는 이용자들에게 광고가 노출되지 않는 유료버전(option)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나는 광고 노출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이용자들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전세계 많은 이용자들 모두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다. 이것은 우리의 미션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여기서 저커버그는 '현재(today)'와 '옵션(option)'이라는 말로 미래 유료버전 출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실제 그는 이 주제가 다시 언급되자 "광고가 없는 유료버전 페이스북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무료/유료 플랫폼을 보유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경우, 월 구독 유료버전에서는 이용자가 주문형 음악을 원하는대로 재생할 수 있게 해주는 반면 광고가 노출되는 무료버전 이용자는 일정시간 음악을 들은 뒤 광고를 청취하거나 제공되는 음원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매체는 페이스북이 유료버전에 광고를 제거하는 것 이상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이스북은 뉴스피드나 라이브 중계, 음란·혐오·불법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 기능 등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가치를 표방하지만 광고주가 장 큰 문제다. 광고주 입장에서 유료버전 이용자에 대한 접근이 차단됨으로써 잠재 고객에 대한 목표 도달률이 현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어 광고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 20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은 400억달러(약 42조원)에 달한다. 이중 광고가 87%, 페이스북 크레딧 결제가 13%를 차지한다.
지난해 가입자당 평균 광고 수익은 4.96달러다. 결제 수익은 0.09달러로 서비스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은 5.05달러다. 대륙별로 비교해보면 경제규모와 정치·사회적으로 비교적 선진국에 위치한 북미(미국/캐나다)가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보다 가입자당 평균 수익이 더 높다.
페이스북도 북미(미국/캐나다)지역 광고주에게는 다른 지역보다 더 높은 광고수수료를 적용한다. 광고주들도 많은 비용을 들여 비싼 명품이나 고가의 제품을 광고하고, 광고가치가 높은 이 지역 이용자들은 이런 광고에 더 많이 노출된다. 이때문에 매체는 이러한 가입자당 광고가치를 상쇄하기 위해 월 구독료는 약 11~14달러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월 1만2천원에서 1만5천원의 비용을 내고 이용할 사용자가 있을까.
매체는 이같은 유료버전에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가 추가되지 않는다면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광고가 노출되는 서비스 이용이 나쁘지 않다면서 무료 서비스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이용자 특성상 페이스북의 전면 유료화가 아니라면 자발적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비용을 지불하는 이용자도 생겨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튜브 레드가 가장 대표적이다. 월 9.99달러에 광고가 없는 동영상과 음악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고 내려받을 수도 있다. 워낙 무료 플랫폼 이미지가 강하고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 이용자들의 유료전환 비중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스포티파이와 함께 기꺼이 광고를 수용하는 이용자 층과 0.1%든 1%든 구독료를 내고 광고 없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는 층을 창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소셜미디어 특성상 다른 유료 서비스와 차별화를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