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오전 9시30분 군사분계선(MDL)을 통해 남측으로 넘어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맞이하는 순간이다.
또 10시30분부터 시작되는 오전 정상회담에서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남측을 찾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수위의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두 장면 모두 현장에서 수십대에 달하는 카메라로 촬영돼 한국은 물론 전세계로 생중계된다.
하지만 오후로 예정된 '도보 다리'(FOOT BRIDGE) 산책도 또하나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남북 정상은 오후에 도보 다리로 이동해 잠시 담소를 나눌 계획"이라며 "도보다리 끝에는 의자와 탁자도 마련됐다"고 말했다.
또 "(수행원들이) 아무도 따라붙지 않을 예정이어서 두 정상이 어떤 얘기를 나눌 지도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도보 다리'는 지난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당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 위에 지어진 이후 65년 동안 중립국감독위원회 요원들이 지나다닌 감춰졌던 분단의 상징이다.
분단의 상징 위를 남북 정상이 단 한 명의 수행원도 없이 오가고, 또 군사분계선 표식물 앞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먼 거리에서 촬영돼 전세계로 생중계될 것으로 보인다.
'도보다리' 산책 이후 남북 정상은 오후 회담을 거쳐 정상회담 공동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인데, 두 사람의 산책이 최종 합의문 조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이미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힌 김 위원장이 높은 수준의 남북 합의문을 받아들릴 준비가 됐기에 역사적 만남부터 친교 산책까지 북한에서는 이례적인 생중계를 허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비서실장도 "도보 다리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슬로건인 '평화, 새로운 시작'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산책이 전세계로 생중계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도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 지에 비상한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들어 남북관계에 급격한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더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 이슈를 놓고 한국과 북한, 미국이 바쁘게 돌아가는 가운데, 국내에서 '재팬 패싱' 논란에 휩싸인 아베 총리는 큰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요청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있냐"고 묻기도 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재팬 패싱' 논란을 의식한 발언도 내놨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상황을 정의용 안보실장 등을 통해 수시로 보고받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 친교 산책에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5월 말 혹은 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문 대통령이 직접 들을 수도 있는 자리이기에 진의 확인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단계적ㆍ동시적 비핵화 방법론을 설명받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진전된 형태의 비핵화 방법론에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과 오후에 열리는 공식 회담과 별도로 남북 정상 둘 만의 도보 산책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면 한때 '스토롱맨'이라고 불렸던 한반도 주변국 정상 모두가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