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단톡방 2000여명 모여
- 3개 노조 제 역할 못해…분노 표출
- 가면 쓰는 이유? 회사 채증 노골적
- 갑질 묵인한 조양호 회장 책임져야
- 조현민 소환, 솔직하게 진술하시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규남(대한항공 현직 기장)
잠시 후 10시에는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됩니다. 조현민 전 전무. 대한항공 일가 갑질 파문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죠. 지금 대한항공 일가에 대한 수사는 전방위적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갑질에 대한 경찰 조사는 물론이고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 의혹 또 밀수 의혹, 관세 포탈 의혹. 이런 것들이 다 조사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각종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이 제보들의 상당수는 바로 대한항공 전, 현직 직원들이 모인 SNS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 단체 카톡방에서는 촛불 집회까지 계획을 하고 있답니다. 이 카톡방에 참여하고 계신 분 대한항공의 현직 기장이세요. 이규남 씨 연결을 해 보죠. 이 기장님, 안녕하세요?
◆ 이규남>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현직이신데 이렇게 실명 인터뷰 괜찮으세요?
◆ 이규남> 지금까지 여태 계속 이런 일들을 해 와가지고 괜찮습니다.
◇ 김현정> 단체 카톡방에도 물론 들어가 계시는 거고요.
◆ 이규남> 네. 제가 주관하지는 않지만 들어가 있습니다.
◇ 김현정> 1600명이나 된다고 들었어요.
◆ 이규남> 그 단톡방 특성상 한 방에 가입할 수 있는 인원이 1000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인원들이 교체되는 상태지만 현재 유지하고 있는 인원은 거의 2개 방에 2000명가량 됩니다.
◇ 김현정> 2개의 방에. 그새 또 늘었군요. 2000명 정도. 처음에는 어떻게 모이게 된 거예요?
◆ 이규남> 관리자가 있고 제보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여론들이 형성되면서 그게 공감대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관리자 한 분도 직원이에요. 이분이 이제 익명 채팅방을 하나 만들었고 거기에 뭔가 얘기하고 싶은 그러나 어디 표출할 곳 없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이면서 그게 어느새 2000명이 됐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이상한 게 대한항공에는 이미 노조가 3개나 있습니다. 거기서 집회도 하고 이랬는데 그 노조 말고 따로 단톡방이 만들어지고 이렇게 활성화되는 이유는 뭔가요?
◆ 이규남> 저도 놀랍습니다마는 사실 노조 3개가 있다 하지만 그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봐야 되죠. 저희들이 집회하는 당시에 (일반노조) 위원장이 직접 나와서 오히려 반대의 목소리, 사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세웠던 조합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러니까 직원들의 뜻과 반대되는 목소리. 사측과 가까운 목소리는 내는 그런 노조까지 있다 보니까 신뢰를 못 얻고 있다, 이런 말씀.
◆ 이규남> 그렇게 봐야 되겠죠.
◇ 김현정> 그 단체 카톡방에서는 노조 탈퇴하자, 노조가 주최하는 집회 보이콧하자.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게 사실이에요?
◆ 이규남> 네, 그렇습니다. 일반노조의 경우 어이없게도 실제적으로 노동조합 신분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사측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고요. 노조를 탈퇴하는 사람이 회사에 저항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비쳐지는 어이 없는 경우에 이르게 됐습니다.
◇ 김현정> 참 의외네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노조의 집회가 힘을 못 받고 따로 촛불 집회를 단체 카톡방 중심으로 기획하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 이규남> 그렇네요. 한 명, 한 명 사원들이 각자의 마음속에 있던 분노들이 그냥 단지 SNS상으로만 하기에는 갑갑한 모양이고 이게 어떤 형태로든 실제로 (조양호 회장 일가의) 사법처리 과정에까지 영향을 주고자 하는 마음들에서 집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새어나오는 얘기로는 어제 밤새 피켓 만드는 거 고민하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떻게 추진이 되고 있다고 그럽니까?
◆ 이규남> 목표는 분명하죠. 조양호 일가 퇴진인데 그 방법을 쉽고 그리고 다른 기업에까지 확산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고자 하는 움직임에서 다양한 의견들과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가면 쓰고 하자. 가면도 그냥 가면 말고 2006년에 개봉됐던 영화죠.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했던. 그러니까 문제가 있는 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때 그 주인공이 가면을 쓰고 나왔어요. 그걸 쓰고 나가서 시위를 하자. 이런 아이디어가 지금 나오고 있다면서요.
(진=영화 V 포 벤데타 스틸컷)
◆ 이규남> 그렇습니다. 벤데타 가면이라고 그걸 쓰는 목적이 두 가지인 것으로 파악을 합니다마는 한 가지는 그 상징성, 저항에 대한 상징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과 그리고 저희 회사 같은 경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에 대하여 불이익을 주기 위한 채증 활동이 대단히 노골적이고 거의 뭐 드러내놓고 합니다.
◇ 김현정> 채증을 해요, 회사 사람들이 나와서?
◆ 이규남> 작년 저희들이 2년 동안 쟁의를 하는 과정에서 회사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대한항공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배너라고 하죠. 이거를 가방에 붙이고 다녔었거든요. 그 과정 속에서 출국장 이런 데는 사실 일반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아니거든요.
◇ 김현정> 아니죠.
◆ 이규남> 그런 자리에까지 사원들을 동원해서 다른 목적으로 방문 신청을 한 다음 거기서 사진들을 촬영하는 현장들을 저희들이 몇 번 목격을 하고 직접 그 채증을 가지고 불이익을 주는 사례들을 많이 경험을 했거든요.
◇ 김현정> 가방에다가 회사에 반대하는 스티커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 다 찍어가지고. 불이익은 무슨 불이익이에요, 예를 들면?
◆ 이규남> 우리 부기장 같은 경우들은 기장 승격을 제한을 했고요. 우리 교관 같은 경우에는 바로 거의 일주일, 저희들이 그거를 시작한 지 한 달 이내에 해촉을 시켜버리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강사들은 해촉. 기장은 부기장으로 강등도. 우리 이규남 기장님도 잠깐 강등되셨다가 지금 다시 기장 되신 거라면서요.
◆ 이규남>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벤데타 가면을 쓰고 우리 집회하자. 이런 얘기까지 지금 나오고 있는 상황. 작게라도 집회 하려면 예산이 드는데 어떻게, 돈은 십시일반 모아서 하세요?
◆ 이규남> 직원들 심정은 그거 이상인 것 같은데요. 관리자가 일단은 개인 사비를 들여서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왜요? 이게 적지 않게 돈이 들 텐데.
◆ 이규남> 과거의 사례가 개인적으로 돈을 모으는 것 자체를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규상 직원들 상대로 돈 모금하거나 이게 안 되게 돼 있어요?
◆ 이규남> 과거 사규에는 분명하게 그렇게 나와 있었고요. 지금도 그런 것들이 암암리에 적용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두려움이... 결국은 우리의 큰 움직임을 방해할 것 같아서 관리자가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예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내 적금 깨서 하겠다, 지금 그분은. 그런 얘기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 이규남> 그렇습니다. 일반 참여자들이 십시일반 내놓겠다고 계속하는데도 그런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회사에서 직원들이 자신의 노동권을 주장할 권리가 있는 건데 문제가 있으면 비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고. 어떻게 이렇게 마스크 써가면서 돈도 모금도 못 하고 적금 개인이 깨가면서 하는 이 상황이 좀 희한하네요. 이게 진짜 2018년에 대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가 생각하면.
◆ 이규남> 참담하죠. 이건 그냥 말로 표현할 수 없는데요. 이거는 왕정 시대에서도 이런 식으로 국민을 통제하지는 않았을 거다. 국민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회사 내에서는 조양호 회장 일가가 하는 것이 곧 법이고 명령이었던 거죠.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왕정 시대라는 얘기가 어떻게 나옵니까? 여긴 엄연한 주식회사인데... 이렇게 직원들이 공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오늘 조현민 전 전무를 피의자로 소환합니다. 일단 혐의는 조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한테 유리컵 던진 거. 그리고 유리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에게 뿌렸다는 혐의. 폭력과 업무방해 혐의로 소환이 되는데 조현민 씨 측은 고의 아니었다. 이런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어요. 이 고의 아니었다는 공식 입장에 대해서 카톡방 직원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반응은?
◆ 이규남> 반응을 구태여 말씀드릴 그런 분위기까지도 아닌 거죠. 너무나도 당연시 되어 왔고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의 한 부분에 불과한데 그거에 대한 반응은 말로 그냥 표현할 필요가 없죠.
◇ 김현정> 너무 당연한 일, 일상적인 일인데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는 것 자체가 참 언급할 가치가 없다?
◆ 이규남>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조현민 전무뿐만 아니라 경찰은 조 전 전무의 어머니죠. 이명희 씨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제보가 공사장 폭행 동영상. 여러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직원을 밀치고 서류를 내동댕이치고. 이 제보도 그 단톡방에서 제공된 거라면서요.
◆ 이규남>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혹시 다른 사례들 또 나오는 게 있습니까?
◆ 이규남> 사례라고 하면 사적인 전화를 가지고 정석기업이라는 계열사 직원에게 사택에서 뭔가 이상이 발생했을 때, 고장이 났을 때 수리를 지시를 했는데 빨리 답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 김현정> 잠깐만요. 그러니까 사택. 조양호 회장 집. 집에 수리가 필요한데 한진그룹 계열사 중에 정석기업이란 데가 있어요. 그 계열사한테 와서 우리 집 수리해 달라. 그 직원한테 전화를 한 겁니까, 문자를 친 겁니까?
◆ 이규남> 제가 직접 들은 바로는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했는데 응답이 늦었다는 이유로 '저런 사람 제 눈에 보이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해서 그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상담을 (담당 직원이) 저한테 한 적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카톡에 응답 늦게 했다고?
◆ 이규남>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제는 이 정도 들어가지고는 청취자들이 놀라지도 않으실 거예요. 그 정도로 믿기지 않는 갑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 일가 중 처음으로 조현민 전 전무가 잠시 후에 경찰 소환됩니다. 조 전 전무한테 오늘 직원을 대표하는 심정으로 한 말씀하시겠어요?
◆ 이규남> 조현민 씨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조현민 씨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고요. 아버지인 회장 조양호가 책임져야 될 부분이죠. 예를 들어서 지금 이명희 씨가 대한항공에 어떠한 적을 두고 있지 않으면서도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었고 세관, 이런 통관 업무에까지 관여를 할 수 있었다는 건 조양호라는 회장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지 조양호 회장이 없으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 김현정> 이 일가의 이런 갑질을 불법을 다 묵인해 준 조양호 회장이 책임져야 된다, 이 말씀이세요?
◆ 이규남> 당연하죠.
◇ 김현정> 어떤 식으로 책임져야 됩니까?
◆ 이규남> 책임은 당연히 회장직에서 물러남은 물론 사법적인 처벌까지 받아야 되죠.
◇ 김현정> 그런데 조현민, 조현아, 문제의 딸들은 다 사퇴시키겠다고 했고 또 사퇴시켰고요. 이런 사과문까지 발표를 했는데 이 정도로는 안 되겠습니까?
◆ 이규남> 본질이 그대로 있는데 밑에 뿌리를 친다 하여 본질이 사라지겠습니까?
◇ 김현정> 조양호 회장의 퇴진이 오너리스크를 줄이는 길이고 그게 대한항공이 살 길이다. 이런 말씀이세요?
◆ 이규남>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잠시 후 출두하게 될 조현민 전 전무한테도 한 말씀하시겠어요?
◆ 이규남> 같은 직원인 한 명으로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솔직한 얘기를 하고 오리라고 기대는 안 합니다마는 그냥 있는 대로라도 얘기하고 오기를 기대할 뿐이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규남> 고맙습니다.
◇ 김현정>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금 익명 카톡방에 한 2000명이 모여 있답니다. 그들이 촛불집회를 기획하고 있는데 그중 한 분 대한항공 현직 기장이세요. 이규남 씨 연결해 봤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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