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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수사' 사실일까…오해·불신 계속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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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차별 수사' 사실일까…오해·불신 계속되는 이유는?

    - "여성유죄, 남성무죄" 뿔난 여성들, 매주 도심으로
    - 편파 수사라고?…"여론 관심에 역량 집중"
    - "강남역·미투로 관심 높아졌지만 실질적 개선 없어"

    최근 잇따르는 여성 집회에서 주로 쏟아져 나온 외침은 경찰이 성별에 따라 편파수사를 한다는 주장이었다.

    오해가 섞여 있는 지적이지만, 이런 외침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여성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여태껏 마련되지 않았던 까닭인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인터넷 포털 다음 카페 '강남/홍대 성별에 따른 차별수사 검경 규탄시위' 주최로 열린 여성 집회 현장(사진=오수정 수습기자)

     

    ◇ "여성유죄, 남성무죄"…여성들, 도심으로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여성 800여명은 경찰이 불법촬영 범죄에서 성별에 따라 불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사법권의 수호를 받지 못하는 작금의 사태에 개탄한다"며 "경찰의 성차별적 수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성이면 철벽보호, 여성이면 2차가해", "남성이라 약한처벌, 여성이라 가중처벌", "동일범죄 동일수사, 동일인권 보장하라"라는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가해자가 여성이었던 홍대 누드모델 사진유출 사건 피의자를 경찰이 발생 12일 만에 붙잡은 뒤 구속했는데, 그동안 가해자가 남성이었던 대부분의 사건과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일주일 전인 지난 19일 혜화역 시위에 모였던 1만명도 같은 목소리를 냈었다. 이들이 예고한 다음 달 9일 2차 집회를 비롯해, 서울 시내에서는 관련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오수정 수습기자)

     

    ◇ "편파 수사" 주장에 섞인 오해와 불신

    이들이 외친 '편파 수사'라는 주장에는 사실 오해와 불신이 섞여 있다.

    홍대 사건의 경우 제한된 공간인 사건 현장에 20명만 있었던 터라 용의자 특정이 빨랐다. 피의자가 여성이었다는 건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나 알게 된 사실이다.

    또 경찰이 여성 피의자를 의도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운 게 아니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으로 가는 길목에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수사가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진행된 이유는 외려 이처럼 여론의 관심이 높았던 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경찰 안팎의 해석이다.

    편파수사의 근거로 제시됐던 불법촬영(몰래카메라) 여성 피해자에 대한 '수사관의 시큰둥한 반응' 역시 여론의 관심과 궤를 같이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관심도가 높은 사건에 수사 인력이나 역량을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그러는 동안 다른 사건에는 다소 소홀해질 수 있어, 그 정도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 여성들은 이른바 불법촬영의 성지 '소라넷' 폐쇄가 17년이나 걸렸다는 점도 불공정 수사의 근거로 든다. 하지만 폐쇄가 늦어진 건 소라넷 서버가 해외에 있고 도메인도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폐쇄된 소라넷 화면 캡처(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 "금세 가라앉을까 불안…개선책 나와야"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지적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 그동안 여성 대상 범죄에 관해 발표된 대책이 당사자들에게 와닿지 않았던 까닭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여성권익·안전연구실장은 "강남역 사건과 올해 초 미투 운동으로 사회적 관심은 굉장히 높아졌는데 그때마다 법적,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이번에도 들끓다가 금세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여성들의 불안감이 깔린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회가 계속되는데 점점 성대결 양상으로 가고 피로감만 쌓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며 "유사한 사건이 있었을 때 경찰이 똑같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손에 쥘 만한 개선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투 시민행동 김영순 집행위원장은 최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나와 "핵심은 피해자 가해자의 성별이 아니다"라며 "이런 범죄에 대해 국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재빨리 수사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여성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책이 마련되고 현장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이런 성토는 계속 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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