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낙승이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선거전을 치르면서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가 도지사 등 경력을 바탕으로 바닥민심을 흔들고 있어서다.
◇ 북미회담 취소 직후 높아진 위기감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한 이후 잠시동안 김경수 후보와 김태호 후보 간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초반 보통 10%p, 많게는 20%p 이상 격차가 벌어졌던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징조가 감지되면서 당 내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되기로 했고 드루킹 논란 등도 점차 수그러들면서 다시 지지율이 벌어지는 추세로 보고 있지만,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만 믿고 경남지역의 바닥민심을 미처 꼼꼼히 살피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수 캠프 관계자는 "경남지역은 원래 보수텃밭이 아닌가. 민주당에게는 엄청난 험지"라며 "실제 선거에서는 5:5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실제로 선거 당일에는 언론에서 공표했던 여론조사보다는 김태호 후보에 더 많은 표가 몰릴 것이란 예측이 많다. 과거 경남도지사를 지내면서 풍부한 행정 경험을 쌓은 데다, 어려운 선거에서 이변을 만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2011년 상반기 경남 김해을 재보궐선거에서 선거 초반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에 20%p 이상 뒤쳐졌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득표율 51.01%로 승리한 바 있다.
김 후보는 처음부터 막말 논란을 빚은 홍준표 대표와 선을 그으며 독자적인 선거 운동해 왔다.
비상이 걸린 민주당은 일단 특단의 대책으로 당의 중책을 맡는 의원부터 인기스타 의원, 경남지역에 연고가 있는 의원 등에게 총출동을 지시한 상태다.
먼저 경남도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에 급히 임명 된 김태년 의원은 지난주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지역을 찾았다. 창원에서 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진주에서 합동유세에 참여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김태년 의원은 정책위의장을 맡아 당의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그가 경남에 떴다는 것은 당이 정책적으로 경남지역을 풍부하게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5일에도 경남 울산을 거쳐 사천과 함안 등을 다닐 예정이다. 사천에서는 기초단체장 후보들과 합동기자회견도 열어 경남 지역에 대한 당의 높은 관심을 보여줄 계획이다.
지난 4일에는 전반기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았던 유은혜 의원도 경남을 다녀왔다. 유 의원도 당에서 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경남지역에 연고가 있는 의원들은 대부분 경남을 다녀갔거나 방문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김두관 의원(남해), 안민석 의원(의령), 신동근 의원(하동), 김병욱 의원(산청) 등이 경남을 찾았다.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박주민 의원도 지난달 30일 경남 하동에서 열린 정책콘서트에 참석했다.
◇ 비상 걸린 민주, 전략·예산 총망라… 수도권 의원까지 차출앞서 민주당은 경남도지사 선거 승리를 위해 전략통·예산통·친문핵심 의원들이 총집합한 경남도당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이한 점은 공동선대위원장에 수도권 중진 의원들이 대거 포진했다는 것이다. 낙승을 예상하는 수도권 선거에 집중하기보다 최대 격전지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보는 경남지역 선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려는 당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먼저 눈에 띄는 공동선대위원장은 박광온 의원이다. 박 의원은 경기도당위원장으로, 경기도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기도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박 의원이 경남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란 시각이 있다.
박 의원은 '친문' 의원으로 분류되면서 전반기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은 인물이다. 그만큼 경남에 풍부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4선 의원인 김진표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또 서울에 지역구를 둔 우상호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린 부분도 주목할 만 하다. 우 의원은 당내에서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원내대표를 지낼 당시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그는 마찬가지로 선거전략 전문가인 이철희 총괄상임선거대책본부장과 함께 선거전략 구상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갑 지역구인 전해철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전 의원은 황희 상임선거대책본부장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을 대신하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황 본부장의 지역구는 서울 양천구갑이다.
이밖에 이인영·설훈·박영선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중진 의원으로 조직관리에 탁월한 역량을 보이거나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다.
총괄 상임선대위원장에는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이, 상임선대위원장에는 경남 양신시를 지역구로 둔 서형수 의원이 각각 맡았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