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최영도 변호사님의 별세 소식을 듣고 빈소를 찾아뵙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히고는 조의를 표했다. 좌측부터 문재인 대통령, 최영도 전 국가위원장. (사진=이한형 기자, 박찬운 교수 페이스북 캡처)
'1세대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한평생 인권 운동에 매달린 故 최 전 위원장은 우리 사회 인권 변호에 한 획을 그으며 역사 한 편에 고스란히 남게 됐다.
최 전 위원장의 부음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유독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선배님은 엄혹했던 독재정권 시대 1세대 인권변호사로서 후배들에게 변호사가 걸어갈 길을 보여주는 표상이었다"며 "참여정부에서는 국가인권위원장을 역임하셨는데, 그것이 그분께 큰 고통을 안겨드렸던 것이 제게는 큰 송구함으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좋은 법률가를 뛰어넘는 훌륭한 인격, 저도 본받고 싶었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라며 "제가 정치에 뛰어든 후에는 늘 걱정하면서 한결같은 격려를 보내주셨고 제 당선을 누구보다 기뻐하셨던 존경하는 선배님, 최영도 변호사님의 영면을 빕니다"고 덧붙였다.
최 전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변호사 선배이자 정치적 동지였다.
1971년 사법부의 독립 보장과 개혁을 요구한 최 전 위원장은 유신정권 때인 73년에 재임용에서 면직된 이후 인권 운동에 본격 매진했다. 당시 변호사였던 문 대통령은 최 전 위원장과 뜻을 같이하며 인권 향상에 힘썼다.
최 전 위원장과 문 대통령은 지난 1989년 8월 안기부와 검찰의 '잠 안재우기' 고문을 규탄하기도 했다. 최 전 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이름이 보인다. (사진=한겨레 신문 캡처)
최 전 위원장과 문재인 당시 변호사는 전두환 군사정권의 장기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1987년 6월 6일 시국 선언을 했으며 1989년 8월 안기부와 검찰의 '잠고문'에 대해 인권 침해라며 규탄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최 전 위원장은 인권 운동에 더욱 매진했고 1995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으로 선출됐다.
1999년에는 정부의 인권위원회의 설립 부당을 알리며 문재인 당시 변호사와 함께 철회 성명을 내놓았다.
1999년 법무부 주도 하에 인권위원회의 설립에 대해 논란이 일자 최 전 위원장과 문재인 당시 변호사가 뜻을 함께 했다. (사진=한겨레 캡처)
최 전 위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2004년에 인권위 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위장 전입 논란으로 스스로 사임하게 된다.
이후에도 최 전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 뜻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후보로 나설 당시 최 전 위원장은 법조인 350명과 함께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최 전 위원장의 전통 불교 미술에 대한 조예는 전문가 수준이라고 한다.
최 전 위원장은 2001년에 30여 년간 수집해온1578점의 토기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을 했다.
기증된 토기는 삼국시대 전기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러 국내 토기 문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연구자료로 꼽힌다.
변호사 출신인 박찬운 한양대 교수는 "몇몇 선배 법률가가 제 롤 모델이 되었지만 선생만큼 제게 큰 영향을 끼친 분은 없다"며 "인권변호사로서 엄혹한 시절을 거쳐 오면서도 인간의 품격을 최고도로 발휘할 뿐더러 품격 있는 법조인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진정한 스승"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