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F조 대한민국과 스웨덴 경기에서 스웨덴 안드레스가 후반전 패널티킥으로 팀의 선제골을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러시아=CBS노컷뉴스 박종민 기자)
"VAR 시스템의 성공적인 시행과 판정 수준의 향상에 크게 만족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을 처음 도입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자체 평가다.
2018 러시아월드컵은 21일(한국시간)까지 조별리그 20경기가 진행됐다. 20경기에서 총 10차례 페널티킥이 나왔다. 2경기당 1개 꼴로 나온 셈이다. 이대로 가면 역대 단일 월드컵 대회 최다 페널티킥 시도 기록이 가볍게 경신될 전망이다. 종전 기록은 18개다.
VAR 효과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지금껏 나온 페널티킥 10개 중 4개는 비디오 판독을 통해 정정된 판독 결과에서 비롯됐다.
프랑스는 호주와의 경기에서 VAR의 첫 수혜자가 됐다. 처음에는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지만 비디오 판독으로 주심이 놓친 장면을 포착했다. 프랑스는 그리즈만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2대1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VAR의 피해자가 됐다. 스웨덴과의 F조 1차전에서 김민우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빅토르 클라에손의 발을 걸었다. 주심은 이 장면을 놓쳤다. 18초가 지나 경기가 중단됐다. VAR을 통해 판정이 번복됐고 안드레스 그란크비스트가 페널티킥 골을 넣었다.
페루는 덴마크를 상대로, 이집트는 러시아를 상대로 각각 VAR을 통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주심이 놓친 페널티킥 장면을 VAR이 잡아낸 장면들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VAR이 월드컵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비디오 판독 센터에서 여러 심판들이 실시간으로 화면을 모니터해 승부의 빈틈을 찾아낸다.
하지만 VAR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조별리그 B조 2차전이 대표적이다. 파상공세를 펼치던 모로코는 후반 34분 결정적인 기회를 얻는듯 했다.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포르투갈 페페의 손에 공이 맞았지만 주심이 놓쳤다. VAR도 시행되지 않았다.
잉글랜드 역시 VAR이 결정적인 순간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불만이 많다.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강력한 태클을 당했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브라질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이 있었다며 해당 경기에서 VAR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FIFA에 따지기도 했다.
한국과의 경기 도중 스웨덴 선수의 손에 공이 맞는 장면도 있었지만 이때 심판은 VAR을 시행하지 않았다.
VAR의 시행 여부는 경기장 안에 있는 주심이 최종 판단한다. 주심이 스스로 중요한 판정을 놓쳤다고 판단할 때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다. 또 VAR 전담 심판이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주심에게 비디오 판독을 권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심이 자신이 내린 첫 판정이 옳다고 생각하거나 경기 영상을 다시 볼 필요가 없다고 확신하면 VAR이 시행되지 않는다. 감독과 선수가 VAR을 요청할 권한은 없다.
VAR이 제대로 시행되면 경기 판정의 정확도는 크게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VAR이 시행될 때마다 경기 흐름이 끊어지기 때문에 주심이 비디오 판독을 남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언제든지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VAR은 기계의 힘을 빌려 판정의 정확도를 끌어올리지만 비디오 판독 여부는 결국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주심이 놓친 장면을 VAR이 잡아낸다는 점에서는 순기능이 있지만 반대로 정작 VAR이 필요할 때 비디오 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잡음이 더 커질 여지가 분명히 있다.
전직 프리미어리그 심판 마크 할시는 BBC를 통해 "VAR은 지금 일관적이지 않다.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당장 활용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적응과 교육 시간이 더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