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이 해트트릭을 달성한 잉글랜드가 파나마를 완파하고 러시아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축구 종가를 자처하는 잉글랜드는 프리미어리그라는 세계 최정상급 프로축구 리그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월드컵 무대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때가 많았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우승. 이후 잉글랜드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가 유일하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브라질월드컵 이후 변하기 시작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해리 케인을 중심으로 잉글랜드 축구의 '젊은 피'들이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6세에 불과하고 주장을 맡은 케인의 나이는 만 24세다.
'킥 앤드 러시'로 대표되는 잉글랜드 특유의 색깔에도 변화가 생겼다. 잉글랜드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짧고 정확한 패스로 공격 기회를 노리는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젊고 다재다능한 선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세트피스의 정교함도 좋아졌다.
G조 첫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넣는 등 2골을 몰아넣은 해리 케인을 앞세워 튀니지를 2대1로 꺾은 잉글랜드는 24일(한국시간)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2차전에서 6대1 대승을 거뒀다.
잉글랜드는 전반에만 5골을 넣었다. 케인이 페널티킥으로 2골을 넣었고 수비수 존 스톤스도 2골을 넣었다. 제시 린가드도 득점 대열에 합류했다.
월드컵 역사상 전반전 5골은 역대 공동 2위 기록이다. 1974년 서독 대회에서 유고슬라비아가 자이르를 상대로 올린 6골이 역대 최다기록으로 남아있다.
해리 케인은 후반 17분 동료가 때린 슈팅이 자신의 뒷발을 맞고 들어가는 행운과 함께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해리 케인은 2경기 연속 멀티골을 달성했고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제프 허스트(1966년), 개리 리네커(1986년)에 이어 통산 3번째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또 해리 케인은 월드컵 역사상 조별리그 첫 2경기에서 5골을 기록한 역대 세 번째 선수가 됐다. 종전 2명은 모두 1960년대 이전에 이 기록을 달성했다. 현대 축구에서 케인이 믿기 힘든 업적을 남기면서 단숨에 러시아월드컵 득점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파나마는 강호 잉글랜드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펠리페 발로이가 후반 막판 파나마 역사상 첫 월드컵 골을 터뜨리며 자존심을 세웠다.
파나마 관중들은 마치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도 차지한듯 크게 환호하며 승패를 초월한 특별한 순간을 연출했다.
잉글랜드는 이날 승리로 2연승을 질주해 G조에서 벨기에와 공동 1위에 올랐다. 벨기에와 더불어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나란히 총 8득점, 2실점을 기록했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두 나라의 조 1위 결정전은 조별리그 막판 최고의 빅매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