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기성용이 멕시코 선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스토프(러시아)=CBS노컷뉴스 박종민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8 러시아 대회를 통해 월드컵 무대에 처음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의 초반 운영에 대해 ""VAR 시스템의 성공적인 시행과 판정 수준의 향상에 크게 만족한다"고 평가하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VAR은 대회 초반 프랑스와 호주의 경기에서 프랑스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이 상대 수비수의 발에 걸려 넘어진 장면을 잡아내면서 월드컵 무대에서 처음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한 해외 매체는 2018 러시아월드컵을 '페널티킥 월드컵'이라고 칭했다. 러시아에서 역대 월드컵 최다 페널티킥 횟수 기록의 경신은 시간 문제다.
24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한국과 멕시코의 F조 2차전에서도 페널티킥이 나왔다. 장현수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과르다도의 크로스를 막는 과정에서 논란의 슬라이딩을 했고 이때 공에 손이 맞았다. 카를로스 벨라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14번째 페널티킥이다. 이로써 4년 전 브라질 대회의 조별리그와 토너먼트에서 나온 총 페널티킥 횟수(13개)를 뛰어넘었다. 조별리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대회의 기록을 넘어섰다.
페널티킥 14개 중 4개가 VAR 판독을 통한 판정 번복에서 비롯됐다. 페널티킥이 선언됐다가 VAR이 뒤집은 사례도 있다. 브라질의 간판 네이마르는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헐리웃 액션'으로 페널티킥을 유도했지만 VAR가 이를 뒤집었다.
한국과 멕시코전에서 VAR와 관련된 논란이 있었다. 페널티킥 허용 장면과는 무관하다.
신태용 한국 감독은 두 번째 실점 장면에 대해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멕시코 역습은 기성용이 에레라에게 명백한 반칙을 당하고도 휘슬이 불리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멕시코의 치차리토가 골을 넣었고 경기는 멕시코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신태용 감독은 "두 번째 골은 파울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가 볼 때는 기성용이 분명히 다리를 차이지 않았나 싶다. 다리를 맞았으면 분명 파울인데 주심이 인플레이시킨 것은 공만 찼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골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을 두고 독일 언론 스카이스포츠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다. 앞선 장면에서 기성용이 에레라에게 당한 태클은 명백한 반칙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VAR 판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태용 감독은 "그런 실수가 나온다면 FIFA가 VAR을 가동하는 부분에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우리 경기도 마찬가지지만 지난 스위스-세르비아전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한 판단 기준이 어디있는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조별리그 2경기 연속 VAR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팀이다. 브라질과 세르비아를 상대로 페널티킥을 허용할만한 스위스의 반칙 장면이 있었지만 이때마다 VAR은 가동되지 않았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VAR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VAR이 바로잡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다. 적어도 비디오 판독을 통해 검증된 판정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VAR조차 놓치는 판정 실수가 많다. VAR이 시행되지 않는 경우다. 페널티킥이 선언돼야 하는 장면에서 주심도, VAR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해당 팀은 얼마나 억울할까.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모로코가 그랬다.
VAR은 득점 상황, 페널티킥 상황, 레드카드에 따른 직접 퇴장, 다른 선수에게 잘못 준 카드 정정 등 4가지 상황에서만 시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치차리토의 골 장면은 기성용에게 가해진 멕시코 선수의 반칙이 선언되지 않은 장면에서 비롯됐다. 포괄적으로 보면 '득점 상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VAR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VAR은 여러 면에서 불안하고 약점도 많다. 최종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FIFA가 VAR을 도입한 이유는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비롯됐다. 심판이 모든 장면에 대해 100%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사람을 돕기 위해 기계의 힘을 빌린 시스템이 도입됐다. 이 자체만 놓고 보면 좋은 시도같다.
하지만 VAR 여부는 경기장 안에 있는 주심이 결정한다. 주심이 먼저 VAR를 시행할 수도 있고,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판독 센터에서 주심에게 VAR을 할 필요가 있다고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메시지를 받더라도 주심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VAR은 이뤄지지 않는다.
언제든지 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이지만, 정작 실수한 사람이 이를 거부해버린다면 VAR은 무용지물이 된다. VAR의 운영 체제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결함이다.
북미프로풋볼(NFL)을 비롯해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 리그는 심판이 실수를 반복할 여지를 줄여준다. 정해진 횟수를 넘지 않는한 심판은 무조건 판독 요청과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기계의 힘이 판정 공정성을 끌어올리는 예다.
하지만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이 적고 연속성이 특징인 축구에서는 이처럼 적용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향후 VAR에 대한 보완은 필요해보인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논란이 더 커질 여지가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