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2:1로 패한 대표팀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대만 야구는 아시안게임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대만은 야구 국제대회의 비중에 따라 대표팀을 달리 운영한다. 이를 '티어 시스템(tier system)'이라 부른다.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 메이저급 국제대회에는 대만프로야구(CPBL)와 해외파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1진을 파견한다.
대만에게 아시안게임은 '티어 2등급' 짜리 대회다. 같은 등급의 대회로는 아시아야구선수권 등이 있다.
'티어 2등급' 대회에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파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CPBL 사무국과의 협의를 거쳐 일부 프로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도 가능하다.
대만이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젊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24명의 대만 야구 국가대표팀에서 CPBL 소속 선수는 총 7명에 불과하다. 해외파는 아예 없다. 나머지 17명은 실업야구 리그에서 뛰는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KBO 리그 내 각 소속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판급 선수 24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한 한국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한국 야구는 대만을 넘지 못했다.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졸전 끝에 1대2로 졌다.
이전까지 한국 야구는 대만 국가대표를 상대로 통산 전적 19승9패를 기록했다. 대만이 '티어 1등급'으로 간주하는 대회에서 대만의 최정예 대표팀을 꺾은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김현수, 박병호, 김재환, 손아섭, 안치홍, 양의지 등 KBO 리그 간판급 타자들이 총출동한 한국 야구 대표팀은 실업야구 기반의 대만 대표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대만 실업야구에서 뛰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 우셩평을 상대로 5회까지 1점을 뽑는데 그쳤다. 김재환의 솔로포가 유일한 점수로 연결됐다.
단기전 방식으로 치러지는 국제대회에서 생소한 투수에게 고전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약체 중국을 상대로 연장전에서 힘겹게 이겼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회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 야구는 중국에 고전했을 뿐 패하지는 않았다.
26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2:1로 패한 대표팀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 '목숨'을 걸었다. 올시즌 눈부신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들 다수가 대표팀에 합류했다. KBO는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에 KBO 리그를 중단시켜 대표팀 선수 차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했다.
단기전 첫 판 승부는 워낙 변수가 많아 상대적 약체가 강호를 잡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그럼에도 두 나라의 대표팀 선발 방식의 차이를 감안하면, 또 KBO 리그와 대만 야구의 수준 차이를 감안하면 결과는 충격적이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의 3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의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은 경기에서 패하지 않으면 금메달 획득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야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믿고 병역을 기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오지환과 박해민과 관련된 선수 선발 논란 때문에 야구 팬들에게 전적인 응원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표팀에게 이번 대만전 패배는 더 아프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