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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영리병원 무산… 인근 주민 "투쟁할 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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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영리병원 무산… 인근 주민 "투쟁할 것"(종합)

    공론조사 결과 녹지국제병원 개원 불허 결정
    사업자 측 1000억원대 손해배상 가능성 높아
    헬스케어타운사업 퇴색 우려… 주민 반발도

    허용진 제주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위원장은 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론조사 결과 녹지병원 개설 불허로 제주도에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고상현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제주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공론조사에서 제주도민이 '불허' 결정을 내렸다.

    최종 인‧허가권자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기로 한 만큼 녹지병원 사업이 장기 표류할 전망이다.

    특히 사업자 측이 이미 병원 건물을 완공하고, 직원까지 채용한 상황이어서 10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도민참여단 180명 중 58% '반대'…여성 불허 의견 많아

    허용진 제주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위원장은 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론조사 결과 녹지병원 개설 불허로 제주도에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공론조사 도민참여단 200명 가운데 180명을 대상으로 최종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반대 비율이 58.9%(106명)로 찬성 비율 38.9%(70명)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찬반 비율 차이도 20%p로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5.8%포인트)를 넘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의 경우 60.4%가 개설 불허 결정을 내렸고, 38.1%가 개설 허가 표를 던졌다. 서귀포시는 54.3%가 반대의견을 표명했고, 41.3%가 찬성 의견을 냈다.

    성별로는 남성 50.5%와 여성 68.2%가 개설 불허 결정을 내려 여성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나머지 남성 47.4%, 여성 29.4%가 개설 허가 표를 던졌다.

    연령별로는 20‧30대 69%, 40‧50대 67.4%가 병원 개설 불허를 선택했고, 60세 이상은 57.7%로 개설허가 표를 던져 찬성 의견이 많았다.

    병원 개설 반대 의견 결정 이유로는 '의료 공공성 약화'가 6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우회투자 의혹' 12.3%, '이윤 추가 집중' 11.3%의 순으로 나타났다.

    공론조사위는 기자회견 직후 불허 결과와 함께 보완조치 등이 담긴 권고안을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전달했다.

    보완조치로는 '녹지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해 헬스케어타운 전체 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방지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미 병원에 고용된 사람들의 일자리와 관련해 제주도 차원의 정책적 배려를 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는 권고도 반영됐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그동안 공론조사를 통해 개설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향후 불허 결정으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 1000억 원대 손해배상‧인근 주민 반발 예상

    사실상 원희룡 제주지사가 병원 개설 불허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업자 측인 녹지그룹과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녹지그룹은 이미 지난 2015년 6월 박근혜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으면서 778억 원을 투자해 헬스케어타운 내 부지 2만8002㎡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연면적 1만8253㎡)의 47병상을 갖춘 병원을 지었다.

    또 지난해 8월 제주도에 개설허가 신청을 하면서 의사, 간호사 등 직원 134명(도민 108명)을 고용하고, 시설 관리를 하고 있다. 현재 운영비, 인건비만 매달 8억5000만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만약에 이번 결정으로 병원 개원이 무산될 경우 10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서귀포시 토평동·동홍동 일원 153만9013㎡ 토지에 외국의료기관, 상가‧숙박 시설 등을 조성하는 '헬스케어타운사업'의 핵심 사업인 녹지국제병원이 무산될 경우 사업을 추진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도 난감한 상황이다.

    JDC 의료산업처 관계자는 "애초 녹지그룹이 중국 국영기업이고, 세계 여러 나라에 투자하고 있어서 이에 따른 파급효과와 함께 각국의 의료관광객 유치를 기대했는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토평동·동홍동 마을 주민들이 지난 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사업 재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토지를 수용당한 인근 주민들도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오창훈 토평동 마을회장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토지를 팔았지만, 병원 개원이 무산되면서 폐허가 될까봐 걱정된다"며 "향후 제주도의 대응을 보면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녹지병원 개설 허가 신청 이후 공공의료 붕괴 등의 비판이 일자 법정 처리기한을 6차례 미루다가 지난 4월부터 6개월 동안 공론조사 절차를 밟았다.

    공론조사위는 지난 8월 도민 3000명을 상대로 영리병원 찬반 여론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도민참여단 200명을 모집했다.

    도민참여단은 그동안 기초지식 습득, 공론조사 청구인 및 사업자와의 질의응답, 두 번의 숙의토론 등을 거쳐 이번에 결정을 내렸다.

    도민참여단에 참여한 180명 가운데 83.9%가 이번 공론화 과정이 '공정했다'고 답했다. 이어 '보통이다'가 8.9%, '공정하지 않다'가 5%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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