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계 수위를 다투는 롯데제과와 오리온이 또다시 제품 디자인 베끼기 논쟁에 빠져들었다.
제과 등 식음료 가공제품은 디자인이 제품 마케팅성공의 보증수표나 다름없어 얼핏보기에도 서로 비슷한 디자인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그만큼 '디자인 카피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가 지난달 27일 신제품 '왓따 짱셔요'란 상표의 풍선껌을 출시하자 오리온제과가 자사제품인 '아이셔껌'의 제품 포장용기와 디자인을 유사하게 베낀 카피제품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가 사실확인을 위해 4일 두 회사를 접촉해 보니, 서로 주장이 엇갈렸다. 오리온에서는 "롯데가 아이셔껌을 베끼기했다"고 주장한 반면, 롯데는 "왓따와 짱셔요란 롯데의 기존 제품 컨셉트를 조합해서 새롭게 디자인한 제품인데 오리온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맞받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두 개 제품을 비교해 보면 누가보더라도 베낀 제품이라는 걸 쉽게 알아챌 수 있다"며 "웬만하면 경쟁사를 비방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너무 심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어 사내에서는 상표권 침해에 대한 법적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카피와 관련된 구원도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과거에도 과자 제품 카피 여부를 놓고 두 회사가 감정싸움을 벌인 일이 있었다"며 "롯데의 몽셀케이크숍과 롯데 왓따껌, 후레쉬베리가 오리온의 초코파이 하우스와 와우껌, 후레쉬베리를 각각 카피한 제품이란 주장이 오리온측에서 나온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거꾸로 롯데제과에서는 2016년 10월 오리온이 출시한 '더 자일리톨(THE XYLITOL)'의 제품 디자인이 롯데의 '자일리톨(XYLITOL)'과 유사하다며 디자인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제과업계에 따르면, 제과회사가 한 개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적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자본이 투입되고 연구개발에 최소 수개월의 시일이 걸린다고 한다.
업계관계자는 "돈과 시간이 투입된 연구개발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개중에는 소비자의 인기를 끄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 경쟁사의 인기 제품에 대한 카피유혹을 항상 느끼게 되고 더러는 눈앞의 매출에 급급해 베끼기에 나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디자인 도용여부를 놓고 으르렁거리면서도 정작 피해를 바로잡기 위한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이다. 이유는 법적으로 디자인 도용을 입증하는게 어렵기 때문.
오리온이 아이셔껌을 놓고 법적대응을 고려중이지만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리온 관계자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카피라고 100% 확신하기 전까지는 특허청이나 법원으로부터 카피라는 판단을 얻어내기가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CJ제일제당과 오뚜기-동원 사이에서 벌어진 '컵반 미투 논란' 당시, CJ가 두 회사를 상대로 컵반 판매중지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컵반의 형태가 동일하지만 이를 모방에 따른 부정경쟁 행위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진=롯데)
여기에다 디자인을 베낀 회사 입장에서는 설사 소송전으로 비화하더라도 언론보도나 인터넷공간을 통한 '노이지마케팅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밑져야 본전'이라는 판단을 하기가 십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과.식음료업계에서는 카피의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서로 이회사 저회사 디자인을 많든적든 도용하는 경우가 잇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미투'는 업계 전체의 연구개발의지를 꺾는데다 동일한 디자인 제품의 범람은 소비자 피로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는 업계 전체에 마이너스 효과가 더 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베끼기는 소탐대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