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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여성폭력방지법, '남혐' 합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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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복지

    [팩트체크] 여성폭력방지법, '남혐' 합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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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범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미투 1호법'이라고도 불리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 2월 대표발의 했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는 성폭력, 가정폭력 뿐 아니라 데이트폭력이나 디지털성폭력 등 여성이 겪는 새로운 형태의 성폭력에 대해서도 실태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명확한 개념이 없었던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최초로 규정했다.

    그러나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워마드 등의 남성혐오 발언도 합법으로 명문화하는 위헌적 남성차별법", "여성의 진술만으로도 남성이 가해자가 되는 법"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약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정말 여성폭력방지법이 남성혐오 발언을 합법화 하는 차별법일까?

    ◇ '남혐' 합법화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라, '역차별' 비판은 고려해야

    논란의 핵심은 법이 '여성폭력'이라고 피해자의 성별을 명시하며 남성 피해자를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법령 제3조 1항에서는 '여성폭력'에 대해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법에 반대하는 국민청원 중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청원의 청원자는 "여성만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생물학적 남성에 대한 성희롱 등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비판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남성혐오를 합법화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그래픽=임금진PD]
    여성폭력방지법은 말 그대로 여성이 가정폭력, 디지털성폭력 등의 폭력에 더 빈번하게 노출되는 현실을 고려해 나왔다. '워마드' 등의 남성혐오 커뮤니티에서 생산해내는 남성혐오성 발언이 여성폭력방지법을 근거로 정상참작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남충' 등의 혐오표현은 여전히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 가능하다.

    여성의 진술만으로도 남성을 가해자로 몰아 처벌하게끔 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해당 법은 처벌 조항조차 없는 기본법이다. 관계부처가 유형별로 산발적 대응하던 형태가 아니라 여성폭력에 대한 일종의 '콘트롤타워'를 세우고, 사각지대에 있던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규정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법안을 최초발의한 정춘숙 의원실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처벌과 피해자 지원은 개별법상으로 이뤄진다. 이번 기본법 같은 경우 피해자 보호에 대한 큰 방향과 틀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벌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 법에 근거해 처벌을 할 수 있다거나, 진술만으로도 폭력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은 완전한 오해다.

    남성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에 면죄부를 준다는 것 역시 거짓에 가깝다. 남성이 여성에게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했을 경우도 물론 처벌 가능하다. 직장 내에서 여성에 의한 남성 성희롱이 일어났을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처벌하고, 실제 판례도 존재한다. 여성에 의해 남성 성폭력이 일어났을 경우에도 강간죄 등으로 처벌된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신설된다고 해서 이전에 존재하던 법률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안의 폭력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한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키운 것은 사실이다. 성별에 의한 폭력 피해자는 여성뿐 아니라 을의 지위에 있는 남성이나 아동 등의 약자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남성 피해자 포함하려 했으나 법사위서 무산

    사실 여성가족부와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나왔었다. 본래 원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젠더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법안에 사용하기에는 보편적이지 않은 용어라 '여성폭력'으로 일부 변경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9월 20일 법사위 회의록 캡처)
    이에 남성 피해자 역차별을 우려하는 질의가 나오자 정현백 당시 여가부 장관은 "성별에 기반한 젠더폭력의 피해자 다수는 여성이지만, 소수의 경우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젠더폭력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은 상황에서는 대다수 피해자인 여성을 지칭하는 '여성폭력방지법'으로 하지만, 원칙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남성의 경우에도 성별에 기반한 폭력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여가부는 지난 11월 열린 법안2소위에서 해당 법명을 '여성폭력 등 방지 기본법'이라고 수정하며 소수의 남성 피해자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논의 끝에 현행 법명이 유지됐다.

    이 과정에서는 몇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거센 반대가 있었다. 법명과 내용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사실상 남성이든 여성이든 폭력 피해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이미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만들어보자는 취지 아니냐. 원안대로 제명(법명)이 가고 여성 피해에 한정해서 조문을 자구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았다.

    그 결과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피해자 범위가 한정된 것이다.

    주광덕 의원 역시 "남성 피해자를 여가부에서 다 보호하려고 욕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남성이 폭력으로 피해를 당한 것은 기존의 형법이나 관련법에 의해 다 보호받는 내용"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결국 법사위를 거치며 법이 원안의 취지보다 다소 좁은 범위로 축소된 셈이다. 이 '피해자 성별' 정의는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한 무수한 오해를 만드는 단초가 됐다.

    관련해 정춘숙 의원실은 원안대로 개정안 발의를 준비중이다.

    정 의원실 측은 "법사위를 거치면서 법안이 다소 수정됐는데, 다시 원안대로 남성 피해자도 아우를 수 있는 개정안을 준비 중에 있다. 남성이나 아동 피해자 등을 포함하는 원안대로 가는 것이 법안 취지에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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