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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일을…'탄압 프레임' 자초한 기재부

경제 일반

    호미로 막을 일을…'탄압 프레임' 자초한 기재부

    시의적절한 설명·반박 대신 성급한 검찰 고발로 '후폭풍' 초래
    취하 여부 고심하지만 발빼기도 애매…바이백 취소 등 정확한 해명 선행돼야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한 검찰 고발 철회 여부를 두고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의적절한 해명 대신 검찰 고발을 서두른 바람에 '내부 폭로자 탄압' 프레임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휴일인 6일도 실장급 이상 고위공무원이 참석하는 1급 간부 회의를 비공개로 가졌다. 이 자리에선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신재민 전 사무관 주장에 대한 후속 대응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3일 신 전 사무관의 자살 소동 이후 거론되고 있는 고발 취하 여부에 대해선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게 기재부측 설명이다.

    기재부가 검찰 고발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건 향후 국정운영과 공무원 업무수행에 생길 수도 있는 혼란을 우려해서다.

    내부에서도 취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이대로 처벌이나 제재 없이 이번 사안을 끝내면 제2, 제3의 신재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고발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신 전 사무관의 유튜브 폭로가 나온 게 지난달 29일, 대대적으로 알려진 건 그 이튿날인 걸 감안하면 기재부의 검찰 고발은 불과 사흘만인 지난 2일 이뤄졌다.

     

    기재부의 고발 방침이 알려지자 2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신 전 사무관은 "나로 인해 또다른 공익 신고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사회적으로 내가 안 좋게 되면 그다음 누가 용기를 내겠느냐"고 강조했다.

    자신이 '공익 제보자'임을 내세우면서, 기재부의 고발을 '입막기용 탄압'으로 규정한 셈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같은날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금지 위반(형법 127조),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 위반(51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튿날 극단적 선택을 예고한 뒤 서울 봉천동 한 모텔에서 무사한 채로 발견돼 현재 입원치료중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4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고발에 대한 취소 여부에 대해선 다른 생각보다도 신 전 사무관의 건강 회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일단 신 전 사무관이 건강을 회복한 뒤 본인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보수야당뿐 아니라 진보야당, 또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고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검찰 고발부터 해놓고 보는 정부 행태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공익제보 관련 시민단체인 내부제보실천운동은 6일 성명을 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타인의 권리·명예를 침해하지 않는 범주 안에서 자신이 체감하는 부조리와 문제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촛불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가 신 전 사무관의 문제제기에 대해 검찰 고발로 대응하는 방식은 세련되지 못한 동시에 국민들의 지지를 구하기 어려운 문제해결 방식"이란 것이다.

    참여연대도 지난 4일 낸 논평에서 "전직 공무원이 자신이 보기에 부당하다고 생각한 사안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부터 하고 보는 행태는 입막음을 위한 것"이라며 "행정 및 정책의 결정과 추진과정에 대한 지나친 비밀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러다보니 기재부의 성급한 검찰 고발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처음부터 제대로 설명하고 반박했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진 않았을 거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처음부터 학원 광고와 후원 계좌를 동반한 '형식'과 '의도'의 문제뿐 아니라, '내용'과 '논리'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힘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일단 "KT&G 사장 교체와 적자국채 발행에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교체'나 '발행' 모두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청와대 압박'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빈약하다.

    그럼에도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한다"(3일 김동연 전 부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거나 "청와대가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이를 전화로도 만나서도 얘기할 수 있다"(4일 홍남기 부총리)는 설명들은 검찰 고발과 자살 소동으로 '탄압 프레임'이 생성된 이후에나 나왔다.

    특히 신 전 사무관이 "의사결정 과정이 비상식적이어서 분노했다"고 지목한 2017년 11월 14일의 '1조원 바이백(국채 매입) 취소' 배경에 대해선 여전히 명쾌한 해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기재부는 "당시 바이백 취소는 만기가 다된 국고채를 신규 국고채로 상환하는 형태여서 국가채무비율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예고일 하루 전날 바이백을 돌연 취소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이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려 한 '사전 포석' 아니었겠냐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바이백 취소 문제만큼은 당시 결정권자였던 김동연 전 부총리가 지금이라도 배경을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부총리는 당시 채권 시장에 일부 혼선이 빚어졌음에도 "초과세수 활용과 관련한 일종의 리스케줄 과정"이라고만 밝혔다. 지난 3일 페이스북에 밝힌 입장에서도 바이백 취소 문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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